휘발성이 강한 ‘부동산’과 ‘세금’이 묶인 문제인 만큼, 3주택자 이상 같이 특정 구간에 국한된 소폭의 강화 전개가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 충격을 위해 다소 급진적인 방법이 선택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보유세 중 재산에 매기는 재산세보다, 개인별로 매기는 종합부동산세 변화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려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세율을 올리는 직접적인 ‘증세’다. 현재 재산세 세율은 0.1%~0.4%, 종부세 세율은 0.5%~2%다.
거론되는 대안은 법인‧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했던 것처럼, 보유세 최고세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는 서민의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비판을 직접 피할 수 있다.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9억원까지 종부세를 공제해 주고 있다.
반면 종부세 최고세율(2%) 과세표준(세율산정 기준)은 94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이라 고액의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 세부담이 늘어난다. 또 종부세 납부세액의 20%인 농어촌특별세도 함께 납부해야 하므로 세부담이 가중된다.
한계는 있다. 주택 가액이 높으면 세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최상위 재산가에 대한 단순 증세가 된다. 사실상 정부가 의도하는 ‘다주택자-투기세력-주택가격 안정’을 직접 조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보유세율 직접 인상에 대한 질문에 “보유세 개편방안에 대해 검토를 하겠다고는 했지만, 보유세율을 올리겠다는 얘기까지는 안 했다. 너무 앞서 나간 질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시나리오② - 세부담상한 조정
보유세에는 급격한 세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세부담상한’이라는 게 존재한다. 재산세와 종합소득세를 합친 보유세 부담액이 전년과 비교해 150%를 초과하면 초과분의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지난해에 10만원을 납부했다면, 올해 최대로 낼 수 있는 세금이 15만원이라는 얘기다. 통상 집값이 크게 상승하거나 주택보유 수가 늘어났다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세부담상한을 올리는 방법이다. 집을 자주 사고파는 투기세력을 겨냥할 수 있다. 자산이 늘어난 데 세금을 물린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실제 손에 쥐어지지 않은 소득(주택가격 상승분)에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실주거자의 세부담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점은 한계다.
◆시나리오③ - 공시지가 정상화
보유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데 이를 현실화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보유세는 60~80% 수준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실제 집값과 공시되는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를 정상화하면 보유세 과세표준이 올라, 세금부담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간 차이로 발생하는 부작용도 해소할 수 있다.
김 부총리도 “보유세 문제를 검토하는 방안은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며 “세율 외에도 공시지가라든지 여러 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1주택자를 포함한 모든 주택소유주에게 적용돼 적잖은 조세저항이 예상된다.
◆시나리오④ -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재산세는 공시지가의 60%, 종부세는 80%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이를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 한다.
종부세를 예로 들면, 2채의 주택 공시지가 합계가 16억원일 때 공제금액 6억원 초과분인 10억원 중 80%인 8억원을 기준으로 종부세가 매겨진다는 뜻이다.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유지하되, 종부세만 인상하는 방법은 그나마 현실성이 높은 방법으로 꼽힌다.
종부세는 재산세보다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적다. 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만 개정하면 바꿀 수 있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0%로 인상하거나, 초다주택자를 대상으로 100%를 적용하면 과세표준이 높아져 세부담이 늘어난다.
◆시나리오⑤ - 보유세 강화 종합대책
보유세 인상 시나리오는 한 개가 아닌, 두 개 이상의 방안이 묶여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되 세부담상한을 한시적으로 인하해주는 방법, 최고세율 인상과 공시지가 현실화 등을 묶는 방법 등이다.
일단 정부는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부총리도 △부동산 보유 조세부담 형평성 △거래세-보유세 균형 △부동산 가격‧여러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고려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