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내년 2월 초 高法에 눈길 쏠렸다

2017-12-2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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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차례 걸친 공소장 변경ㆍ관련자 반박 진술 등 변수... 삼성전자 운명 가를 판결 예고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2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12년형을 구형하면서 재계와 법조계의 눈이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로 쏠리고 있다.

이날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12년형을 내리는 것을 끝으로 ‘바통’을 법원에 넘기면서 서울고법이 삼성전자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일단 1심보다 사건이 단순화되기는 했지만 항소심에서 다양한 변수들이 나온 만큼 2심 재판부도 장고 끝에 내년 2월 5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데 이어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로부터 5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법조계 "특검 결정적 증거 제시 못해··· 1심 판결과 달라질 가능성 크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특검이 1심과 항소심에서 같은 형량(12년형)을 구형했으나, 서울고법의 판단은 1심 재판부와 달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말부터 이달까지 약 3개월간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특검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데다 1심 뇌물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던 ‘묵시적 청탁’ 등에 대한 내용도 일정부분 약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함종식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 소송에서 일성신약의 청구를 기각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삼성물산의 합병 목적이 부당하지 않으며 위법하지도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양사의 합병이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 이뤄졌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라는 논리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이 부회장의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인식하고,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승계와 관련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경영상 시너지를 위한 것일 뿐 경영권 승계와 무관한 판단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불법적인 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면서 애초에 삼성 측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해야만 했다는 전제가 사라졌다”며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5년형을 받게 된 결정적인 근거인 묵시적 청탁이라는 논리도 약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네 차례에 걸친 공소장 변경도 스스로의 논리를 약화시켰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특검은 지난 22일 네 번째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다. 승마 지원 혐의에 제3자 뇌물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내용이다. 예비적 범죄 사실 추가는 단순뇌물죄가 유죄가 아니면 제3자 뇌물죄로라도 봐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끼워 맞추기’식 공소장 변경을 한 것”이라며 “특히 ‘추가 독대’를 주장한 지난 20일 특검의 세 번째 공소장 변경도 명확하지 않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마 지원' 등 관련자들 반박 진술 잇따라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했던 '승마 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도 항소심에서 관련자들의 반박 진술이 잇따라 나오면서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마필 구입비(36억원)와 최씨 소유의 코어스포츠 등에 용역 계약대금(36억원), 차량 구입비(5억원) 등 총 77억원을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에선 차량 구입비 5억원을 제외한 72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에 항소심 15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최씨는 “삼성이 말 소유권을 전적으로 갖고 있으며, 말을 사들인 경위 역시 삼성의 중장기 로드맵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는 등 특검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최씨는 삼성이 갑작스럽게 지원을 중단하자 삼성의 동의 없이 자의적으로 말 교환을 시도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삼성과 말 중개상 헬그스트란드가 맺은 마필 교환 계약에 대해 “삼성이 더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통보해 서둘러 말 교환을 시도했다”며 "'블라디미르'와 '스타샤' 등 좋은 말이 시장에 급히 나와 (삼성에) 물어볼 시간적 여유도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씨의 증언이 1심 유죄 근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말의 소유는 뇌물·횡령·국외재산도피·범죄수익은닉 등과 연관된 만큼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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