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가 국제적 망신을 불러일으킨 메이저 대회 운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줄 알았던 경기위원장을 두 달 만에 다시 거둬들였다. 이 또한 국제적 망신을 부를 만한 해외토픽감이다.
KLPGA는 지난 19일 정기 이사회에서 최진하 경기위원장을 재선임했다. 최 경기위원장은 지난 10월 열린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 파행 운영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이후 KLPGA는 새 경기위원장을 물색했고, 홈페이지를 통해 경기위원장 모집 공고까지 냈다. KLPGA는 공모에 나선 사람 가운데 4명을 추려 면접까지 봤으나 적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뽑지 않았다. 대신 최 경기위원장을 은근슬쩍 재선임했다.
더욱이 KLPGA는 최 경기위원장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잔여 임기를 보장해준 것으로 알려졌고, 사실상 연임인 2년 임기의 새 경기위원장으로 선임한 셈이다. KLPGA 이사회의 시각으로는 최 경기위원장이 적임자 자격에 부합한다는 의미다.
최 경기위원장은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파행을 빚은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 전면 취소 사태의 책임자였다.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그린과 짧게 깎아 놓은 프린지의 경계선이 모호해 일부 선수들이 그린으로 착각해 공을 집어 올려 벌타를 받았다. 이후 경기위원회는 일부 선수들의 항의에 부과된 벌타를 취소했고, 이에 다른 선수들이 공정하지 않은 조치라며 2라운드 보이콧을 불사하자 결국 1라운드 전면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대회는 54홀로 축소됐다. KLPGA 사상 초유의 파행 사태였다.
당시 미국 골프 전문매체 골프닷컴, 골프채널 등 해외 언론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기이한 사건’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 사건 직후 KLPGA는 “불미스러운 일로 골프를 사랑하는 팬들과 주최사인 KB금융그룹에 실망감을 안겨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이번 인사로 진심어린 사과였는지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
앞서 강춘자 KLPGA 수석부회장은 “공석이 된 경기위원장 자리에 마땅한 인물이 없다”며 적임자로 꼽히는 몇몇 인물을 추천받기도 했다. 당시 강 부회장은 최 경기위원장의 재선임에 대해서는 감히 언급조차 없었다.
골프계에선 강 부회장의 장기집권으로 인한 권력 남용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최 경기위원장의 재선임 논란을 부른 비상식적인 인사도 강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