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중국은 일찌감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는 조치를 내놔 눈길을 끈다. 이미 지난 9월 비트코인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둘 정도로 정부가 시장개입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중국 당국은 비트코인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중국에서 모든 가상화폐 거래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BTC 차이나는 9월 14일부터 신규 고객 가입 서비스를 중단했다. 같은 달 30일부터는 모든 비트코인 거래를 중지하고, 채굴 등 기타 업무만 정상 운영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는 35억 달러의 비트코인이 구매됐는데, 그 중 52%가 해외로 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미국이 2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비트코인 거래가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부분이 악용되고 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금융‧경제범죄전담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비트코인을 이용, 120억원에 달하는 위안화를 원화로 불법 환전한 신종 환치기 범행을 적발했다. 이 범죄는 중국과 국내에서 환치기 업자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조직적으로 공모한 사례다.
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거래 익명성 보장으로 인해 가상화폐가 국내 재산을 해외로 밀반출하거나 해외 재산을 국내로 밀반입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보이스 피싱 △마약거래 △사이버 도박장 개설 등 각종 범죄 수익금을 빼돌리는 이동통로로 악용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가 심하지 않다. 정부가 초기 시장에 대한 확실한 방향 설정을 못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느슨하다 보니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0여곳이 난립하고 있다. 자본금 100만원의 영세 기업까지 등장하는 등 취약점을 노출한 곳도 부지기수다.
이처럼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는 것은 거래소 등록 절차가 여타 여신‧금융업과 비교해 간단하기 때문이다. 관할 구청에 수수료 4만원을 내고 사업자등록증 등 제반 서류만 갖추면 ‘통신판매업자’로 등록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등록만 하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점조직으로 활동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수많은 통신판매업자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현황을 파악하려고 해도 전국 지자체별로 수십만명에 달하는 통신판매업자 중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며 “대략 20~30곳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성장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초기 시장에 대해 정부가 규제 수위를 높이는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일본도 규제를 강화하는 마당에, 지금의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규제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우려가 커지가 지난 20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단시일에 가상화폐 고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범죄는 단순히 개인정보 유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키가 유출돼 돈 자체를 잃어버리는 일로 이어진다”며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화폐냐, 상품이냐, 증권이냐, 아니면 또 다른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해 정의를 빨리 내리고 제도권내로 들여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투기장화하고 있다’는 점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데, 자금결제법을 개정한 일본처럼 가상화폐거래소 정부 승인제도를 도입하고, 보안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