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시장 예상대로 마이너스 금리 등 기존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을 위해 1년 여간 유지해온 완화 정책이 2018년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NHK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0~21일 양일간 진행된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1%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 수익률 목표도 현재의 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국채 매입 속도도 연 80조엔 규모의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번에 완화 기조를 한 번 더 이어가다가 2018년께 다른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구로다 총재의 거취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로서는 구로다 총재가 5년 임기에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연설을 통해 "저금리가 은행업계의 수익을 해치고 완화정책의 효과를 훼손할 수 있다"며 초저금리의 허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행 안팎에서도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은행이 내년께 기존 완화 정책을 마무리짓고 최소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간 파격적인 실험을 거듭했던 구로다 총재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내수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아사히신문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다만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은 경영진의 지침으로 활용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임금을 3% 인상하는 방안을 명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관심을 반영했다고는 하나 사실상 그간 지속적인 임금 인상을 요청해온 아베 내각의 입장을 반영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2017년 임금 인상률은 2.34%였다. 3% 임금 상승은 경영진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아베 내각에 있어서는 내수 진작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은행이 시장 예상보다 빨리 긴축에 나설 경우 엔화 가치를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복 기미를 보였던 소비자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 물가 상승에 탄력이 붙지 않는다면 일본은행으로서도 다른 카드를 내놓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최근 현재 일본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최근 0.8%에 그쳐 일본은행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치는 상태다. 당초 일본은행은 지난 2013년 2년 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2019년까지 연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