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최장기 총리'를 확정지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월 1일 소집되는 특별 국회를 앞두고 당내 지도부와 각료들을 전원 유임 조치하는 등 '정치 토양' 다지기에 들어갔다.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현행 부양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지통신,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특별 국회 소집을 하루 앞둔 10월 31일 자민당사를 찾아 중의원 선거 압승에 공헌한 실적을 평가한 뒤 다카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 등 현 자민당 지도부의 임기를 유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개각 당시 입각한 각료들도 전원 연임 조치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현행법에 따라 11월 1일 소집되는 특별국회에서 제98대 일본 총리로 재지명될 가능성이 높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통상 제1당 대표가 총리를 맡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3년씩 3연임이 가능하도록 자민당 내규를 바꾼 만큼 2021년까지 아베 총리의 9년 장기 집권 길이 열린 것이다.
주요 각료들을 유임 조치함에 따라 대북 압박 정책과 전쟁 국가가 가능해지는 헌법 개정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과 차례로 북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유임된 다카무라 부총재는 개헌을 지지하는 인사 중 하나다.
인플레이션 2% 달성을 목표로 하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30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등 현행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현행 -0.1%로 동결하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 수익률 목표도 현재의 0%대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월 처음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한 뒤 계속 동결 조치해왔다. 일본 국채 매입 속도도 연 80조엔 규모의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 측은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최근 0.7%에 그치는 등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추가 부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잇따라 긴축 신호를 보낸 것과 달리 일본은 대규모 금융 완화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긴축 속도에 격차를 벌리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