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민맥주' 칭다오맥주가 일본 아사히맥주와 8년간의 ‘동거’ 끝에 각자 제 갈 길을 가기로 했다. 대신 칭다오맥주는 중국 최대 민영기업인 푸싱(復星)그룹과 새롭게 손 잡았다.
21일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칭다오맥주그룹이 20일 저녁 상하이거래소 공시를 통해 아사히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H주(홍콩거래소 주식) 지분을 푸싱그룹과 칭다오맥주그룹이 나눠서 양도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거래는 내년 3월 말에 정식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공시는 밝혔다. 이로써 푸싱그룹은 칭다오맥주그룹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거래는 앞서 10월 칭다오맥주가 아사히그룹의 지분 양도 가능성을 예고한지 두달 만에 이뤄졌다.
특히 아사히그룹의 지분을 매입한 게 푸싱그룹라는 사실에 시장은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푸싱그룹의 맥주사업 투자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푸싱그룹은 이날 홍콩거래소 공시에서 칭다오맥주 지분 매입은 중국인의 소비·라이프 스타일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회사가 건강·헬스 등 웰빙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세계 최대 맥주시장으로, 칭다오맥주의 성장 잠재력이 밝다고도 전망했다. 특히 칭다오맥주가 가진 독특한 브랜드 가치와 우수한 경영진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투자가 중국 맥주시장에 부는 프리미엄 추세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푸싱그룹은 자사가 가진 글로벌 자원을 활용해 칭다오맥주의 국내외 시장 발전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궈광창 푸싱그룹 회장은 "전략적 투자자로서 칭다오맥주와 함께 장기적으로 함께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칭다오맥주도 "푸싱그룹이 주주가 된 걸 환영한다"며 "양사의 각기 우수한 경쟁력이 상호보완됨으로써 칭다오맥주의 새로운 기회와 발전을 가져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사히그룹은 앞서 2009년 8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벨기에의 인베브사로부터 칭다오 맥주 지분 19.99%를 약 6억6650만 달러에 매입했다. 당시 아사히그룹은 칭다오맥주의 판매채널을 활용해 중국 시장에서 자사 제품 판매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사히그룹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양사간 협력은 7년 만인 올 1월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아사히그룹의 칭다오맥주 지분 매각설이 터져나온 것. 아사히그룹은 향후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아사히그룹은 그동안 칭다오 맥주 지분을 매각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투자자 못 찾았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투자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신 푸싱그룹도 새로운 투자 목표가 필요한 참에 칭다오맥주가 역사적 브랜드로 투자 가치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아사히와 푸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칭다오맥주는 1903년 독일인이 독일 맥주기술로 칭다오에 설립한 맥주공장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0여년의 역사를 갖고있는 중국 국민맥주 브랜드다.
칭다오맥주는 중국 맥주시장 성장 둔화세 속에서도 올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두었다. 올 1~9월 칭다오맥주 매출은 234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익도 1.6% 늘어난 18억7000만 위안에 달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맥주시장에서 칭다오맥주는 판매량 기준 시장점유율 17.2%를 차지해 화룬쉐화(華潤雪花, 25.6%)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