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故 샤이니 종현 자살로 내몰았다? "제작사의 기획으로 길러진 소년들"

2017-12-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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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박탈당하는 연습생,톱스타 못 되면 절대빈곤층,톱스타는 인기 사라질까 불안

18일 사망한 故 샤이니 종현의 빈소가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향년 27세. 일반인 조문은 같은 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3호실을 통해 가능하다. 발인은 오는 21일 9시, 장지는 미정이다.유서엔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다"고 쓰여 있었다.[사진공동취재단]

故 샤이니 종현 자살을 계기로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다시금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18일(현지시간) 故 샤이니 종현 사망에 대해 보도하며 “한국 유명인들이 악명 높은 중압감에 시달린다”며 “한국에서 가수들은 소속사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 샤이니 등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SM타운' 합동 공연을 열었을 당시 현지 유력지 르몽드는 “음악을 수출품으로 만든 제작사의 기획으로 길러진 소년과 소녀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19일 공개된 故 샤이니 종현 유서도 그의 자살이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과 무관치 않음을 시사한다. 

그룹 디어클라우드 나인이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故 샤이니 종현 유서엔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며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 차리라고 소리쳐 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 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 건 누구인지 물었다”고 말했다.

종현은 유서에서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라며 “살아 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종현은 유서에서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라며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정착됐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해외 팝 시장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년ㆍ소녀들을 발굴해 데뷔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반면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수천대 1이상의 살인적인 경쟁률을 기록하는 오디션을 거쳐 연습생을 뽑고 수년에서 10년 이상 연습생에게 노래와 춤, 연기, 언어 등을 트레이닝시킨다. 뽑힌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살인적인 경쟁을 한 후 아이돌 그룹을 구성해 데뷔하는데 이 중에서도 이른바 ‘톱스타’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하는 것은 극소수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소녀시대, 에이핑크, 샤이니, 빅뱅, AOA 등의 톱스타 아이돌 그룹이 탄생해 'K-POP'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문제는 이렇게 한 아이돌 그룹을 육성해 데뷔시키기까지 대형 기획사들은 레슨비, 숙소비, 앨범과 뮤직비디오 제작비, 마케팅비 등을 합해 수십억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숙소에서 생활하며 기획사의 엄격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이로 인해 아이돌 그룹은 사생활을 사실상 박탈당하는 인권 침해 문제까지 생겨나고 있다.

길게는 10년 이상의 세월을 오로지 아이돌 그룹 데뷔를 위해 미모ㆍ몸매 관리, 노래ㆍ춤ㆍ연기 연습에만 바치고도 톱스타가 되지 못한 연습생들은 절대적인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천신만고 끝에 故 샤이니 종현 같은 톱스타가 된다고 해도 본인보다 ‘어리고 날씬하고 잘 생기고 예쁜’ 신인 아이돌들이 끊임 없이 데뷔하는 연예계에서 故 샤이니 종현 같은 톱스타들은 “나의 인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조만간 나보다 어리고 날씬하고 잘 생기고 예쁜 신인 아이돌들이 나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란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고 있는 빅뱅 탑의 변호인은 최근 공판에서 “최승현(탑의 본명) 씨가 평소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 왔는데 입대를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범행했다”고 말했다.

걸그룹 EXID의 하니는 한 케이블 예능에서 “EXID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며 연습생 시절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던 현실을 언급하고 “심리 상담사가 돼 아이돌 연습생들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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