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체포동의안의 공이 국회로 넘어오면서 과거 ‘방탄 국회’ 오명을 떠안은 입법부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정보원(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 등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지난해 개정된 일명 ‘방탄국회 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의 첫 적용 사례다.
개정된 법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을 경우 다음 본회의 때 처리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 개정 전에는 72시간 이내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 땐 체포동의안이 폐기 수순을 밟았다. 새 법안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여야 합의로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그간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앞세워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꼼수’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법무부, ‘崔 체포동의’ 국회제출···‘23∼25일’ 사이
12일 국회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최 의원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 의원 체포동의요구서를 검찰에 송부했다. 이후 대검찰청 반부패부를 거쳐 법무부 형사기획과로 간 최 의원 체포동의안은 총리실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국회로 넘어갔다.
이 같은 법적 절차의 근거는 헌법 제44조(국회의원 불체포특권)와 국회법 제26조(회기 중 국회 동의 필수)다.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라고 명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원 영장 발부 전 ‘정부에 체포동의요구서 제출→정부 수리→국회에 체포동의 요청’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회기 중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국회 동의’는 필수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최 의원 체포동의안을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표결을 해야 한다.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12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오는 22일 단 하루다.
가결 정족수는 헌법 제49조에 따라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다. 가부동수일 땐 부결로 처리한다. 국회의원 300명 중 151명이 출석, 76명 이상이 찬성하면 ‘방탄 국회법’ 이후 첫 불체포특권 방지 사례로 기록된다.
◆부결 땐 ‘다음 본회의’ 처리···사정한파 한국당 ‘어쩌나’
문제는 12월 임시국회 종료일이 오는 23일이라는 점이다. 정 의장이 이달 22일 국회 본회의에 최 의원 체포동의안을 보고하면, 23∼25일 사이(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에 들어가야 한다.
여야 의원들이 12월 임시국회 종료일에 별도의 본회의를 소집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 20일이나, 23일 이후 최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 포인트’ 국회 소집에 들어갈 수도 있다. 다만 올해 성탄절 연휴의 첫 시작일이라는 점에서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에 하나 부결될 경우 정치적 역풍은 상상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진박(진짜 박근혜) 감별사’를 자처했던 최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1억원 수수 의혹에 휩싸인 데다, 국정원의 청와대 특별활동비 전달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된 만큼 제 식구를 감쌀 명분은 없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제 식구 감싸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완주 수석 대변인도 “방탄 국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도 “방탄 국회는 꿈도 꾸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출범한 새 원내지도부에서 이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홍준표 대표는 본회의장에 불참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5일 이전 처리가 불발되더라도 ‘방탄국회 방지법’에 따라 이후 첫 번째 본회의에 자동 상정, 한국당도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실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공백 기간 땐 검찰이 국회 동의 없이 구속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