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긴축에도 체질 개선한 이머징시장은 '맑음'

2017-12-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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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PA/연합]


올해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은 금리인상에 나섰고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년 1월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현재의 절반으로 축소하는 등 통화부양책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긴축에 가장 취약하던 이머징시장은 올해 흠집 하나 없이 강한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MSCI 이머징마켓 주가지수는 28% 상승했다. S&P500지수의 18% 상승률을 대폭 상회하는 것으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신흥국 통화도 오름세다. 멕시코 페소부터 러시아 루블까지 신흥국 화폐 대부분이 달러 대비 상승했다.

신흥국으로의 자본 유입은 3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투자자들은 신흥국으로 1조1000억 달러(약 1200조원)을 쏟아 부었는데, 국제금융협회(IIF)는 내년에는 이 금액이 1조2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머징마켓의 견조한 성장세의 배경에 세계적인 경제 동반성장이 있다고 설명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45개 회원국 전부가 일제히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 50년 동안 3번밖에 없었던 보기 드문 경우다. 

스톤하버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슬레이터 부스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에 “연준이 금리를 올려도 신흥시장 자산이 오르고 있다. 그 뒤를 성장률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신흥국 평균 성장률이 4.6%를 기록하고 2018년에는 4.9%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 평균 성장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연준은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오는 13일(현지시간)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영란은행도 지난 11월 초 10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ECB는 내년 1월부터 9월까지 자산매입 규모를 현행 월 600억 유로 규모에서 300억 유로로 축소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ECB가 양적완화를 종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흥시장은 별다른 스트레스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이는 2013년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뒤 금융시장이 극심하게 요동쳤던 '테이퍼 텐트럼' 당시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보통 선진국의 긴축은 신흥국으로부터의 자본 이탈을 야기해 신흥시장 자산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애버딘자산운용의 케빈 달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013년 당시와 펀더멘탈이 바뀌었기 때문에 현재는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신흥시장에 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흥국 기업들의 경영방식이 개선됐고 신흥국들의 외화준비액이 크게 늘었으며 환율에 대한 인위적 개입도 줄어들면서 대외 경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또한 지난 40년 기록을 보면 신흥시장 랠리는 한번 시작되면 평균 42개월가량 지속됐고 이 때 수익률은 약 230%에 달한다고 WSJ는 집계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이날 공개한 ‘2018년 글로벌 투자전망’을 통해 신흥시장 주식의 경우 경제 개혁, 기업 펀더멘탈 개선, 합리적 밸류에이션이 뒷받침되고 있다면서 내년 아시아 신흥시장 및 브라질과 인도에 유망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국 달러의 급격한 상승과 무역 갈등, 선거 등을 꼽았다.

지금까지 연준은 내년 세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세제개편 효과와 고용시장 타이트닝으로 인해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경우 금리인상 횟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하여 내년에 연준이 네 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 강세가 심화되어 신흥시장과 상품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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