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국 체제 안전 보장과 관련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 측에 이런 입장을 전달하는 등 북·미 간 협상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7일(이하 현지시간)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며 있다"며 "우리는 이를 지원하고 관련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러시아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대결의 악순환과 모험주의, 도발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함께 제안한 '러-중 로드맵'을 상기시켰다.
러-중 로드맵은 한반도 긴장완화 및 협상 재개 조건 조성에 관한 구상으로, 대화를 골자로 한다. 1단계(북한이 핵·탄도미사일 시험 중지 및 비확산 공약시 한·미 양국도 연합훈련을 축소 또는 중단), 2단계(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 3단계(다자간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보체제 논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의 한 포럼에 참석해 "평양은 러시아와 중국의 안전보장보다는 미국의 보증을 원한다"며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대화 제안시 김정은 위원장이 응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김 위원장은) 내 생각에 협상 준비가 돼 있다"며 "양자형식뿐 아니라 다른 형식이라도 제안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틸러슨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한반도 내 미국 군사작전과 공격적인 언사 등으로 인한 긴장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으며 '외교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을 다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