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융투자협회 회장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숙제가 넘어갔다. 오는 2월 물러나는 황영기 현 회장(사진)은 우리 금융시장을 은행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해왔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임 금투협회장 하마평에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증권가 최고경영자(CEO)가 오르내리고 있다. 금투협은 1월 초까지 회장 후보를 공모한 후 같은달 말 총회를 열어 최종 선임한다.
증권가에서는 누가 새 회장으로 뽑히든 기울어진 운동장만큼은 바로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른 업권 협회장은 당국 대변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며 "반면 황영기 회장은 당국을 향해서도 할 말은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물론 협회장이 얘기한다고 곧장 당국 정책이나 국회 입법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그래도 업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대변해야 크든 작든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황영기 회장은 은행권과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 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2016년 도입할 때도 그랬다. 은행권에 투자일임계약형 ISA를 허용하자, 금융투자업계는 실망했다. 황영기 회장은 이를 대변해 당국에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에는 초대형투자은행(IB) 출범을 둘러싸고 은행권과 맞붙었다. 은행권이 '은행업 침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황영기 회장은 "초대형 IB를 키워야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며 맞서왔다.
이처럼 그는 꾸준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목소리를 냈다. 그렇지만 공은 이제 새 회장에게 넘어갔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우리 금융시장은 은행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라며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려면 은행에만 치우친 상황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