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조만간 경질할 것이라는 추측이 확산되면서 차기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폼페오는 육사 출신 보수 강경파..급진적 외교정책으로 트럼프 신뢰 얻어
뉴욕타임즈(NYT)는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인 폼페오 국장을 ‘티파티’ 출신의 보수 강경파라고 묘사하면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하는 CIA에 정치적 색깔을 입히고 있다고 전했다.
육군사관학교와 하버드 로스쿨을 거친 폼페오 국장은 북한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란과의 핵협상 철회를 촉구하는 등 틸러슨 국무장관의 온건한 외교노선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례로 폼페오 국장은 지난 7월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북핵 위협에 맞선 대안을 언급하던 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핵무기에서 떼어놓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북한의 정권 교체나 정권 붕괴를 추구하기보다는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던 틸러슨 장관의 입장과 대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그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 트위터를 통해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이란)과의 끔찍한 협상을 되돌리길 기대한다”고 적으면서 오바마 대통령 당시 체결한 이란과의 핵협상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한 정책코드 덕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고 있는 인사로 떠올랐다. NYT는 백악관 참모들을 인용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오 국장의 매섭고 강경한 스타일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에겐 북한과의 대화 노력에 “시간 낭비하지 말라”며 조롱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폼페오 국장이 차기 국무장관이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의 건강한 관계 덕분에 국무부 정책에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의 강경노선이 가져올 위험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하버드대 캐네디스쿨의 스티븐 월트 국제관계학 교수는 NYT에 “폼페오는 지금까지 미국이 이제 본격적으로 싸움에 나서야 한다는 것만 강조했다”면서 “그가 국무장관직을 맡는다고 해서 갑자기 그의 생각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 국무부는 수장 교체에 조심스럽게 '환영'
국무부 직원들은 틸러슨 장관의 교체를 조심스럽게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오더라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국무부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직원들은 폼페오 국장의 짙은 당파적 색채와 거의 전무한 외교적 경험과 같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국무부 장관의 교체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현직 국무부 직원들은 폼페오 국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가 국무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에 폼페오에 대한 의구심은 일단 제쳐 두기로 했다. 틸러슨 장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잦은 불화설이 제기되면서 국무부가 정책 결정에서 순위가 밀리고 입지나 영향력도 줄어든다는 것에 직원들의 불만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틸러슨이 국무부 장관에 취임할 때까지만 해도 글로벌 기업 엑손 모빌의 CEO로서 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북핵 문제 등을 비롯해 각종 외교적 이슈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도 내부적으로 크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틸러슨 장관의 국무부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예산 30% 삭감, 인력 감축, 조직 통폐합 등을 추진해왔는데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국무부 구조조정이 미국의 국가 안보위기를 앞당기고 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무부 수장 교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