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무력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소형핵탄두 확보까지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주장을 선전용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을 듯하다.
“세 번에 걸쳐 발사된 ICBM급 중에서 가장 진전된 것(서훈 국정원장)”이라면, 핵무력 완성까지는 아니지만 기술 진전이 분명하고 최종 단계에 근접해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탄도미사일의 최대 비행 거리를 최고 고도의 2∼3배로 보는 것을 고려할 때, 화성-15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했다면 최소 9000㎞에서 최대 1만3000㎞를 날아갔을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기술 검증을 위해서라도 가까운 시일 내 추가 도발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과 모의 핵탄두를 얹은 미사일 시험 발사가 추가로 감행될 경우, 본토를 위협 받는 미국 입장에서는 그간 잠잠했던 대북 선제타격론 혹은 예방타격론 주장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오판’과 ‘미국의 선제타격론’을 경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한계선)에 근접하면서 ‘한반도 운전자론’은 난관에 봉착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 주도로 추진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외에는 실효성 있는 독자제재안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평화 정책을 위해선 북·미 직접 대화로 엄중한 위기를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는) 결국 미국이 대화에 나서야 풀리는 문제"라며 "우리 정부도 미국에 '제재만으로는 북한이 더 도발을 할 테니 동맹국인 한국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북한에 대화 사인을 보내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은 좋지만 물밑으로는 미국과 (북·미 접촉에 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중국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달 국빈 방중에서 무엇보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실질적인 압력을 넣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선제타격론이 제기되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동북아 안보 균형추는 심하게 흔들리게 되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제창한 ‘중국몽(中國夢)’도 한낱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막고 평화적이고 안정적 정세를 조성하려면 역내 질서를 이끄는 한 축인 중국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하면서 한·중 양국이 함께 엄중한 한반도 정세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더불어 평화로운 한반도 구현’을 위해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