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중국을 바라보던 10가지와 중국에 기대하는 2가지

2017-11-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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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중국전문대기자·아세아중국연구소 소장

인생의 많은 부분을 중화 문화와 중국인과 접하다 보면 그것을 보는 관점이 자주 바뀐다. 좋아 보이기도 하고 싫어지기도 하고, 중국에 대한 판단과 중국인을 보는 눈, 그리고 그 기대가 바뀌어 나가는 것이다. 부정적 시각에서 긍정적 시각으로, 그리고 거기에 부정을 더해 조심히 보는 시각으로······ 이것은 중국이 꾸준히 변화해 가고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 

1970년대 산업화를 거쳐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잘 사는 국가가 되었는데, 이 시기 중국과 중국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본토에서 들어간 중국인이 건설한 대만이 가장 잘 살던 시기에서, 영국 식민지 홍콩이 가장 잘 살던 시기로, 그리고 홍콩의 반환을 거점으로 싱가포르와 마카오가 경제적으로 두각을 보이는 시대가 나타났고, 이제는 선전을 포함한 주강(珠江)삼각주 지역이 번영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1949년에서 2000년 초까지 중국은 외부세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못사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국민들이 세계 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는, 그 경제력이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당당한 ‘G2(주요2개국)’이 됐다.

개혁·개방 이후 가는 곳마다 함께 장사를 하자며 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하던 중국인들은 이제 고급 주택에 살며, 세계적 명차를 몰고, 아이들을 외국에 유학 보낸다. 자체적으로 외부와 차단하며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힘쓰던 중국이 이제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강대국으로 변모했다.

중국인들의 생활도 가난이 아니라 사치를 억제해야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필자가 중국을 30여년 관찰해온 결과다. 즉, 경제적으로 잘 살고 못사는 것은 그 나라 '정체'가 사회주의인지, 식민지인지, 자본주의체제인지와 관계없는, 그 국가의 정책과 국민성과 더 관련이 있는 것이다.

1995년 은사님인 량서우더(梁守德) 교수를 모시고 홍콩에 특강을 다닌 적이 있다. 사회주의 지성인의 상징인 중산복을 입고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에게 청중들은 '중국은 강대국이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량 교수는 “중국은 영토와 인구 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영토와 인구는 개발하는 문제와 먹여 살려야하는 문제로 정부를 힘들게 하고 있다”며 "중국은 국내적 인구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 영토와 인구가 정부에 주는 압박이 오늘날에는 개발 공간과 소비시장으로 변모해 ‘일대일로’라는 정책과 연결되는 것을 보면 중국의 변화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니라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아래는 필자가 생각하는 과거에서 지금까지, 혹은 현재에도 우리가 중국을 보는 선입관일 수 있는 문제들이다. 아직도 기우에 지나지 않는 부분도 많고 틀린 내용도 있다. 그리고 그 다음엔 우리가 왜 중국에 관심을 갖고 그 변화를 주시하는지를 설명했다.

첫째, 중국은 ‘못사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 우리가 보는 중국은 마오쩌둥의 혁명으로 공산화돼 못사는 국가라는 것이고, 한국전에 참전한 한국 분단의 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을 보면 경제가 급격히 발전해 환경과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중국은 붕괴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중국 민항기가 한국으로 피랍돼 우리가 중국인과 교류를 시작할 때도 우리는 자유를 찾아온 그 납치범을 환영했고, 당시 공산권 국가들의 해체 분위기 속에 중국도 곧 붕괴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현재 중국은 더욱 강대해지고 있고, 공산당의 통치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셋째, ‘중국은 분열된다’는 것이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하며 겪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 사건’이 있은 후 3년 후 한·중 수교가 이뤄졌고, 한국인이 중국에 진출하면서도 중국은 빈부격차로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재 중국의 도농 격차는 줄어들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지방에 대한 통치권한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넷째, 이러한 ‘중국 분열론’으로 소수민족 독립운동이 불거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소수민족 통치는 더욱 엄격해지고, 소수민족과의 유대는 강화되고 있다.

다섯째, ‘중국 위협론’이다.  이는 중국이 강대국이 됐을 때 중국과 이익이 대립하는 국가들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중국 위협론’은 아직도 중국의 성장에 각을 세워야하는 국가들이 꾸준히 주장은 하지만, 중국의 패권국가화는 아직 현실화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이 부분이 재미있는 부분인데, 중국이 사드 문제로 한국에 경제적 제재를 가했을 때 미국과 일본의 속마음이 정말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누가 우리 편인지 아리송해지기도 한다. 이같은 중국에 대한 기우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있고, 진영 간 대립에 우리가 동조한 부분도 있다.

여섯째, 인권문제로 중국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세계 시민의 입장에서 보는 부분이지만, 구미 인권선진국이 먼저 얘기하기 전에는 우리가 얘기하지 않는 부분이다.

일곱째, 한국인은 영토와 인구, 그리고 문화강국이라는 이미지로 중국을 보는 것이다. 이 부분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경제적 관계에 따라 한·중관계와 연계되는 부분이다.

여덟째. 개혁·개방의 성공과 심화개혁, 그리고 친환경적이고 첨단산업화 정책으로 중국을 보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중국의 산업혁신과 발전, 그리고 그 시장에서 우리의 발전 기회를 엿보는 부분이다.

아홉째, 한국인이 중국과 중국인을 긴 역사와 문화의 강국이라는 의미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시장으로의 변화로 보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긍정적 이미지로 중국 영토와 인구를 한국 경제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에 따른 환경오염의 원인을 중국으로 보는 것인데,  이것은 지리적 입장에서 한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환경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열째, 한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이 필요하다는, 한반도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는 입장이다. 이 입장도 한·미 동맹의 구조에서 한·중관계는 서로 모순이 일어나고 있지만, 서서히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며 학습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우리는 여러 시각으로 부상한 중국과 잘 사는 중국인을 보고 있다. 한국의 공항이나 항만, 관광지, 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우리는 수많은 중국인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내가 그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또는'그들과 같이 사업에 성공할 수는 없을까?'등의 생각들 말이다. 아마 마음으로 그들의 성과를 부러워하며 경제적으로 그들과 공생하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중국은 변했고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경제 연구자들은 중국 지도부 선출과정인 당대회와 전인대, 그리고 그 정책인 ‘일대일로’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시진핑이 어떤 지도자이며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정책이 한반도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갖고 있을 것이다.

이제 중국은 먼 지역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국가가 아니라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이 있는 강대국이다. 최근 한국인들이 보는 중국에 대한 키워드는 첫째는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과 새 정부의 정책일 것이고, 둘째는 중국의 국내외 경제정책 중에 나타날 한중관계이자 우리의 희망일 것이다.

새롭게 복원한 한·중 양국관계를 보는 국민들의 눈과 마음의 기대는 협력과 상생이다. 지금 우리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판단이나 예측으로 과거 발전의 기회를 상실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한·중 국민이 공생하며 같이 잘 살 수 있는 희망을 꿈꾸며 지난 30년 중국에 대한 기우로 잃었던 발전의 기회를 보상하고 이웃 중국의 안정적 발전을 축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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