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워싱턴 포함 美 전역 사정권...추가 도발 가능성 대비해야"

2017-11-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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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R "이번 미사일 고도·거리 역대 최대 수준...미국 전역 사정권"

北 미사일 개발 수준 고도화...'대기권 재진입' 여부 파악 아직

추가 도발 가능성에 하와이 핵 대피 훈련·日 PAC3 본격 배치

29일 일본 도쿄에서 한 남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파되고 있는 전광판 앞에 서 있다. [사진=연합/AP]


북한의 29일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주요 외신들은 무엇보다 이번 시험에 활용된 미사일 스펙에 큰 관심을 보였다. 미사일 타격 사정권을 분석하면 대기권 재진입 여부 등 북한의 미사일 개발 수준을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6주기(12월 17일)까지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북·미 관계도 전환점을 맞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도 워싱턴도 사정권··· 역대 최장" 北 미사일 개발 수준에 주목  
CNN,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미사일 발사 고도와 사정권 등에 주목하면서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고도와 거리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도 각각 이런 사실에 주목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28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예전 시험 당시보다 더 높게 올라갔다"며 "북한이 세계 모든 지역을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PR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과학자단체인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라이트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UCS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도달 고도가 4500㎞를 넘고 비행 거리는 1000㎞에 가까워 보인다"며 "도달 거리를 최대화해 정상 고도로 비행했다면 사거리가 1만3000㎞를 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각각 37분, 47분을 날았던 이전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당시보다 사거리가 길어진 것으로,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양에서 워싱턴 DC까지의 거리는 약 1만1000여㎞이다. 사실상 수도 워싱턴을 포함, 미국 전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령 괌을 선제타격의 대상으로 위협해 왔다. 괌은 북한과 약 3500㎞ 떨어져 있어 미국령 가운데 한반도와 가장 가깝다. 북한이 예전부터 괌을 타격 목표로 삼고 훈련을 반복 실시해왔다. 북한이 마지막 도발 이후 약 75일 만에 사거리가 대폭 길어진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 등 일부 언론들은 "과학자들은 미사일의 적재량을 모를 수 있다"며 "가벼운 가짜 탄두를 사용해 사거리가 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는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는지 여부가 알려지지 않았다. ICBM 실전 배치에 필요한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보유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내년 말까지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 본토를 실전 타격할 능력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12월 중순까지 긴장 계속" 미국령 하와이도, 일본도 대북 작전 착수

외신들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 가능성에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를 포착했던 일본 언론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6주기(12월 17일)까지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관측을 전했다. 그동안 북한이 주요 국가 기념일을 앞두거나 당일에 맞춰 핵 도발을 단행했던 과거 사례에 따른 것이다.

CNBC,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 주는 내달 1일 핵공격 대피 훈련을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일반 형태와 공격 경보 형태의 사이렌을 일제히 울리는 방식으로 유사시 대피 학습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번 훈련은 냉전체제가 종결된 지난 1980년대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 시행되는 것이다.

당초 이 훈련은 이번 도발과 무관하게 준비됐지만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이 높아졌다는 분석에 따라 위기감이 커지면서 훈련 참여에 대한 공감대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와이는 북한과 7200㎞ 떨어져 있지만 이번 미사일의 스펙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사정권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 방위성도 북한 미사일의 자국 내 낙하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주고쿠(中國) 지역 4개 현과 홋카이도 하코다테 시에 지대공 패트리엇 미사일(PAC3)을 전개한 상태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 사이에서도 북한의 도발을 중단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극한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폭스뉴스, CNN 등 외신이 전했다. 미 민간 연구기관인 랜드(RAND)코퍼레이션의 선임 정치학자인 마이클 마자르는 CNN 기고문을 통해 "과거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침공 등은 현대 외교 정책의 실패 사례"라며 "검증되지 않은 추정만으로 북한을 다루는 것은 오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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