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급성장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차세대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켜 글로벌 정보기술(IT) 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이다.
27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공동으로 '차세대 인터넷 주소 체계(IPv6) 추진을 위한 행동 계획'을 수립해 주요 부처와 지방정부에 하달했다.
가전제품 등의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IoT나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의 산업이 더욱 발전하려면 IPv6 도입이 필수적이다.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첨단기술 산업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 차세대 인터넷 인프라 구축은 길 닦기 차원의 작업이다.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우선 내년 말까지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20% 이상을 새 IP 체계로 전환한다. 인원 수로는 2억명가량이다.
성부급(省部級·장관급) 이상 정부부처와 공기업, 50위권 이내 인터넷 기업, 주요 언론사와 방송사 등이 의무 전환 대상이다.
이어 2020년까지 전환 대상을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50%(5억명) 이상으로 확대한다. 시급(市級) 이상 지방정부와 100위권 이내 인터넷 기업, 지방 언론사와 방송사 등도 의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25년까지 사용자 수와 데이터 처리량 기준으로 세계 1위의 IPv6 사용국이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 번 결정된 정책은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을 감안하면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우젠핑(吳建平) 칭화대 교수는 "IPv6는 인터넷 발전의 핵심기술이자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중국의 관련 산업에 더없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정부가 수립한 계획은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전략적 의의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요성을 인지한 미국과 유럽 등은 수년 전부터 IPv6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IT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도 대열에 합류했지만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지난 2014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IPv6 상용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사용자 수는 전체의 5% 미만에 그치고 있다.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 때문에 네트워크 구축과 서비스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의 경우 중국에 턱밑까지 쫓기고 AI 등 소프트웨어 분야는 이미 추월 당한 상황에서 차세대 인터넷 인프라 구축까지 지연된다면, 한국의 IT 경쟁력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내 대형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가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답답하다"며 "중국 등 해외의 신속한 움직임이나 대규모 투자 사례를 접하면 우리도 빠르게 대응해야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