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보험업계에는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ING생명이 상장한 이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지난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지은 후 기자간담회에서 "생명보험 쪽이 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보험을 포함해 금융 쪽에서 글로벌이든 국내든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에 나오면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ING생명을 염두에 두고 발언을 하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생보사 중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수입보험료 기준 업계 18위에 불과한 KB생명이 ING생명과 합병될 경우 단숨에 8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추가로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 등 건전성 규제 강화 대비도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수자 입장에서 탐나는 매물이 아닐 수 없다.
보험사 매각가의 기준이 되는 EV(Embedded Value, 내재가치) 산출방식으로 따져보면 가격은 더욱 상승할 수 있다. EV는 보험계약 체결 이후 현금흐름이 꾸준히 발생하는 보험사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개념이다. 대개 EV는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조정순자산가치(ANW)에 보험계약의 미래 가치를 현가로 한일한 보유계약 현재가치(VIF)를 합해 산출된다.
ING생명은 지금까지 외부에 EV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지난 9월 말 기준 ING생명의 자기자본이 3조7982억원임을 감안해 EV 수치를 3조95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추가로 생각해볼 문제는 KB금융이 자회사의 지분 100%를 매집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KB금융이 계열사의 지분 100%를 반드시 보유할 필요는 없으나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최근 KB금융은 현대증권과 LIG손보를 인수한 이후 공개매수나 주식교환을 통해 지분 100%를 매집한 바 있다.
공개매수로 나머지 지분 40.85%를 매집할 경우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ING생명의 주식을 KB금융 주식으로 교환하는 경우도 주가 하락 방지를 위한 자사주 매입 등에 자금이 소요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ING생명은 좋은 회사지만 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라며 "원래부터 낮지 않았던 몸값이 상장 이후 더 올라서 KB금융도 간단히 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