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모바이크, 오포(ofo)를 뒤쫓으며 몸집을 키웠던 블루고고가 지난주 파산을 선언하면서 장미빛인 줄 알았던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일부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소기업이 대거 정리되는 조정이 시작됐다고 중국중앙(CC)TV는 20일 분석했다.
리 CEO는 "경영자로서 내가 틀렸고 자금조달 실패, 잘못된 인수합병(M&A) 등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모두가 가슴아픈 이별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체불된 임금은 내년 2월까지 정산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유자전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모바이크, 오포 등 양대업체는 계속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블루고고 등 중소업체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블루고고의 경우 미국 샌프란시스코 진출 등 무리한 해외시장 진출이 자금 압박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중문판은 블루고고의 파산이 공유 자전거업계 위기를 예고하는 경고음이라고 우려했다. FT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국 3위 공유자전거업체의 파산은 시장 거품 붕괴를 알리는 첫 신호"라며 "빠른 시장 성장세, 밀려드는 벤처 투자금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는데 자금조달의 길이 막히면 줄도산도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모바이크와 오포가 총 20억 달러(역 2조2000억원)를 조달한 반면 블루고고의 확보자금은 4억 위안(약 661억7000만원)에 그쳤다.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는 "성장세 둔화 속 오포, 모바이크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와 함께 전반적으로 마태효과(부익부 빈익빈)가 뚜렷해지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중국 유명 모바일인터넷 빅데이터 모니터링 플랫폼인 트러스트데이터(TrustData)가 최근 발표한 '2017년 3분기 중국 모바일 인터넷 발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공유자전거 신규고객은 3436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7.7% 증가에 그쳤다. 과거 두 자리수 성장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둔화된 수준이다.
시장정보업체 아이루이(艾瑞)에 따르면 지난 9월 오포 자전거 이용 횟수는 17억4000만회, 모바이크는 8억6000회에 육박했다. 브랜드 지명도에 있어 오포가 73.4%(중복 선택 가능), 모바이크는 67.7%의 앞도적인 비율로 1, 2위를 차지했다. 블루고고 파산으로 3위에 오른 샤오밍(小鳴)의 지명도는 31.4%, 그 외 업체 지명도는 30%에도 못 미쳤다.
중국 공유자전거 업체 파산은 블루고고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우쿵단처(悟空單車), 딩딩단처(町町單車) 등이 잇따라 파산했다. 우쿵은 충칭시 최초의 공유자전거 업체로 자리잡았으나 모바이크와 오포가 등장하자 경쟁에 밀려 파산했다.
딩딩도 마찬가지다. 난징(南京)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모바이크, 오포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3V바이크'는 자전거 분실 등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2월 사업을 중단했다.
한 네티즌은 CC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스마트폰에 CCbike, 블루고고, 치치추싱(奇奇出行), 판다자전거 등 24개의 공유자전거 애플리케이션(앱)이 깔려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이미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라고 최근의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