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92] 유목민들은 왜 바다로 갔나? ②

2017-11-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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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50미터 고도차 11개 갑문으로 해결

[사진 = 적수담 수로]

쿠빌라이는 적수담과 바다를 연결하는 통혜하를 건설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였다. 그리고 막대한 시공비도 투입했다. 하지만 단순히 물길을 낸다고 해서 운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원활한 뱃길을 내기 위해서는 바다와 육지의 고도차(高度差)를 해결하는 문제가 가장 큰 난제로 등장했다. 결국 50미터 가량 되는 고도차를 극복할 수 있는 갑문(閘門:lock gate)을 11곳에 설치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했다. 쿠빌라이는 놀랍게도 13세기에 지금 파나마 운하의 운영방식과 같은 갑문운하를 설치해 뱃길을 열었던 것이다.

▶ 갑문을 이용한 세계 최대 파나마 운하

[사진 = 파나마 운하]

파나마 운하(Panama Canal)는 잘 알고 있는 대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길이 82 Km의 세계 최대의 운하다. 세계 물동량의 4%가 이곳을 지난다. 양측의 수위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3개의 갑문을 설치해 갑문을 열고 닫으면서 배를 단계적으로 각 블록으로 이동시켜가며 전진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 파나마 운하 위치도]

지난 1985년 세계 보호무역주의의 실상을 알아보는 KBS 월요기획 ‘세계는 무역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파나마 운하를 방문해 취재한 적이 있다. 이운하는 미국이 건설해 지난 세기까지 관할권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999년 12월 31일로 그 역할을 끝내고 새 천년이 시작되는 2천년 1월 1일부터 운영권이 파나마로 넘겨졌다.
미국이 이 운하를 건설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년 이상으로 1903년에 시작해 1914년에 완성했다. 여기에 동원된 노동인력만 해도 4만 명 이상이었다. 이 운하의 완성은 남아메리카로 우회하던 운항거리를 만 5천 Km 줄이는 해운업의 혁신을 가져왔다.

▶ 갑문 흔적 찾아 통주로

[사진 = 통주]

근대에 들어서도 이처럼 어려운 작업을 쿠빌라이는 무려 11군데나 갑문을 설치하며 마무리 지었다. 그 때 설치된 갑문은 뱃길이 끊기고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자취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주에는 그 때의 갑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통주(通州)는 북경의 동쪽 관문이자 북경의 중요한 위성도시다.

천진(天津)과 당산(唐山) 등 화북지역의 도시는 물론 동북 3성의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이자 전자와 인쇄 식품 등 여러 산업의 요충지로 북경의 1급 경제 협조구역이다. 그래서 3백 개 이상의 해외 기업들이 이곳에 현지공장을 세워 놓고 북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다수의 한국기업도 이곳에 진출해 있어 이곳에서 한글로 내 걸린 공장 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통주는 천안문 광장에서 25Km정도의 거리에 있으니 어떻게 보면 북경의 연장선상에 있는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 댐 건설과 함께 사라진 갑문

[사진 = 통혜하 생활하수]

그 도시의 중심부를 통혜하가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통주에서 쉽게 통혜하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갑문의 흔적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갑문이 있었다는 지점을 찾아냈지만 그 자리에는 대규모 댐이 들어서 있을 뿐 갑문의 흔적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지난 88년 이 곳에 대규모 댐인 통현 댐이 들어서고 이후 통혜하 위를 가로 지르는 고속도로가 생겨나면서 통혜하의 원래 모습도 변했고 그 과정에서 갑문도 헐려나갔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었다. 댐의 수문을 막아 놓아 흐르는 물의 양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 수운 수송비는 육상 수송비의 1/10

[사진 = 통혜하 통과 선박(그래픽)]

쿠빌라이가 엄청난 노력과 투자를 들이면서 장기간에 걸쳐 기를 쓰고 필사적으로 내륙 수운 시스템을 건설하려고 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바다와 육지를 연결해 정복의 시대에서 통상의 시대로 옮겨간다는 원대한 구상이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경제적 이익 등이 없었다면 엄청난 작업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로는 엄청난 수송비의 차이를 들 수 있다. 당시 말에 의한 육로 수송은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했다. 말을 이용한 수송비는 통혜하를 이용한 운송비의 거의 10배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용이 많이 들면서 수송체계가 원활치 못한 육상 수송대신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운송체계가 확실한 수상 수송체계를 만들려고 시도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비록 우선은 많은 시공비와 노력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장구한 세월을 유지해 나갈 국가의 대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쿠빌라이는 자신의 치세에서는 물론 그의 후계자들이 중국 땅을 중심으로 통상과 교역을 바탕으로 한 세계 제국을 건설할 수 있도록 유산을 남겨 놓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도에서 직고(천진)에 이르는 2백 Km전후의 뱃길을 건설 또는 정비하고 11개의 갑문을 건설하는 대역사(大役事)는 그러한 의지가 없었다면 추진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 경항대운하의 첫 구간 통혜하
통혜하는 북경에서 통주에 이르는 운하를 말한다. 통상 통혜하를 북경에서 항주에 이르는 경항대운하(京杭大運河)의 첫 번째 구간으로 치는 것이 보통이다.
이운하는 통주가 끝나는 곳에서 백하(白河)와 연결되면서 그 곳부터 천진까지는 북운하(北運河)라고 부른다. 인구 천만이 넘는 항구도시 천진은 물이 흔하다. 바다를 끼고 있으니 물이 흔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바다를 제외하고도 도시를 가로지르는 물길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천장 벽화 정위천해(精衛天海)로 잘 알려진 천진역에 서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곧게 뻗은 물길이 바다와 시원하게 연결돼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 물길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운하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형성돼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해하(海河)다. 해하는 화북평원을 3백여 Km나 가로질러 천진으로 이어지는 강이다.
 

[사진 = 천진 신항]

이 강은 하류에서 통주로부터 이어져온 백하(白河)와 합쳐져서 바다로 빠져나간다. 해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하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무역항인 천진 신항(新港)이다.

▶ 해하․대운하와 만나는 백하
해하와 합쳐져서 바다로 빠져나가는 또 하나의 강인 백하! 이 강이 바로 통혜화와 연결돼 통주와 직고(直沽: Straight Port-옛 천진의 이름)를 이어주는 쿠빌라이 시대의 뱃길이었다.
고속도로를 따라 북경에서 천진으로 달려가는 동안 넓은 경작지 사이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던 강이 백하였다. 물길의 흐름으로 봐서 쿠빌라이 시대에도 바다로 나가는 직고의 출발점은 지금의 천진 신항 근처였을 것이다. 백하의 물길은 바다로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중간에서 남쪽으로 물길을 돌려 대운하와 만난다.

▶ 물길이 합쳐지는 삼차구(三次區)

[사진 = 천진 삼차구]

만리장성과 천산에서 연결된 수로, 카레즈와 함께 중국의 3대 불가사이 중의 하나로 꼽히는 남북대운하는 여기서 백하와 연결되면서 북경과 항주 사이의 운하라는 의미로 경항(京杭)대운하라고 불린다. 이처럼 여러 개의 물길이 도시 여기저기를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에 물이 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여러 물길이 합쳐지는 교차점에 놓여 있다고 해서 천진을 한 때 삼차구(三次區)라고 부르기도 했다. 세 가지 물길이 합쳐지는 삼차구라는 지명은 지금도 남아 있다. 물길이 합쳐지는 삼차구의 운하 위로는 지난 96년 11월에 준공된 현대식 다리 금도교가 지나고 있고 그 곳에서 내려다보면 물길이 세 방향으로 갈라지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 곡물 보관 직고 해운미창 설치

[사진 = 천진 부두]

쿠빌라이 시대 바다와 운하를 통해 강남의 곡물이 대량으로 이곳에 운반돼왔기 때문에 직고 해운 미창(米倉)을 이곳에다 설치했다. 각지에서 운반돼 온 곡물은 곧바로 수로를 통해 대도로 운송되거나 창고에 보관이 됐다가 다시 수운을 통해 대도로 운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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