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AP/연합]
중동 이슬람에서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이란의 패권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레바논에 불똥이 튀었다.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가능하면 빨리” 레바논을 떠날 것을 명령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레바논에 거주하거나 방문한 자국민들에게 철수령을 내리고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레바논 사드 알하리리 총리가 전격 사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란의 내정간섭을 비난하고 헤즈볼라로부터의 암살 위협을 토로하면서 사임을 발표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 속에 탄생한 시아파 무장정파로 최근 레바논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는 헤즈볼라를 테러조직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친사우디 노선을 주도했던 알하리리의 사임은 사우디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레바논에서 수니파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헤즈볼라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것을 막고자 사우디가 강제로 정국에 변화를 주려한다는 주장이다.
레바논의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우디의 타메르 알사반 걸프담당장관은 지난 6일 아랍권 매체 인터뷰에서 "헤즈볼라의 적대행위 탓에 레바논 정부는 사우디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 다름없다“면서 경고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WSJ은 사우디의 레바논에 대한 입장은 이미 지난 70~90년대 내전의 상흔을 가진 레바논을 분열에 빠뜨리고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