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부패 전쟁에 전세계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간에 걸친 강력한 정치적 숙청 작업이 사우디 경제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CNBC 등 외신은 7일(이하 현지시간) 지적했다.
◆"성공할 경우 사우디 체제 투명성 확보에 큰 역할"
숙청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7일 부패 수사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사우디 경제 전반을 총괄하는 경제개발위원회에서 왕세자는 현재 수사받는 개인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을 포함해 국내외 기업들이 부패 수사와 무관하게 정상 경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정부 당국에 지시했다.
이번 수사과정에서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왕자 알 왈리드 빈탈랄 킹덤홀딩스 회장, 사우디 최대 여행사 알타이야르의 창업주 나세르 빈아퀼 알 타이야르 등 사우디를 대표하는 기업의 관계자들이 모두 체포됐다. 수사 대상자들과 연결된 금융계좌 1200여개가 동결됐으며, 일각에선 이들의 자산이 정부로 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조치는 국내외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경제개발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반부패 조치는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개혁정책인 비전 2030의 핵심적 부분"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조치가 국내외 투자자 보호와 공정한 경쟁의 기반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투명성 확보에 긍정적 역할···"실패 땐 걷잡을 수 없을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반부패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사우디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인 CNBC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왕위 계승자인 왕자의 권력 강화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최근의 부패척결 정책은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사우디의 사회 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숙청 작업을 통해 권력 기반을 더욱 탄탄히 했다. 따라서 여성의 운전허용 등 현대적인 사우디를 향한 개혁적 조치들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또 부패에 대한 강력한 조처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위원회의 객원 연구원인 무함마드 알 야하는 "사우디 왕족들이 줄줄이 체포되면서 사우디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우디의 투자환경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됐던 부패가 사라지면서 장기적 불확실성은 오히려 사라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혁이 성공할 경우에는 투자환경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실패로 왕가 내 분쟁이 커질 경우 사우디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CNBC는 전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11명에 달하는 왕자를 비롯해 4명의 장관, 수십명에 달하는 관료들을 부패 척결 명목으로 체포했다.
부패는 사우디의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숙청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는 진단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주사우디 미국대사를 지낸 조지프 웨스트팔은 왕족에 대한 숙청보다는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을 통해 부패를 줄일 수도 있었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법의 통제 하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국가에 투자하길 원한다"면서 "사우디에는 그런 것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