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프로골프(KPGA)를 대표하는 최진호(33·현대제철)가 유럽이라는 더 큰 무대를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 자격으로 유러피언투어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만큼 사명감이 남다르다.
2016 KPGA 연말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상금왕 등 4관왕을 차지했던 최진호는 2017년을 자신의 한 해로 만들었다. 상향평준화를 보인 2017 최진호는 꾸준함을 보이며 제네시스 포인트 5246점으로 이정환(5060점)을 제치고 정상에 섰다. 2017 SK 텔레콤 오픈에서 KPGA 통산 7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최진호는 총 상금 4억9149만6254원으로 이 부문 3위에 올랐다.
2017에도 최진호의 샷은 정교했다. 그는 그린적중률 80.41%로 1위, 평균타수 69.85타로 3위, 페어웨이 안착률 74.08%로 7위에 위치했다. 특히나 2016년 73.73%로 전체 22위에 그쳤던 그린적중률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확실한 동기부여를 통해 얻은 기록들이다.
KPGA 투어는 지난 5월1일 유러피언투어와 전략적 업무 협약식을 갖고 2021년까지 5년간 협약을 맺었다. 올 시즌부터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에게는 유러피언투어로 직행할 수 있는 시드를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제네시스 대상 2연패와 함께 유럽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던 최진호는 꿈을 이뤘다.
최진호는 꿈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그는 지난해부터 프랑스의 JJ 리벳 운동역학박사에게 레슨을 받았다. 최진호는 “유럽의 바람에도 탄도를 낮추지 말고 볼 콘택트 능력을 높이라는 조언을 해줬다. 또한 몸을 좀 불리라는 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러피언투어를 경험한 동료들도 최진호에게는 큰 자산이다. 최진호는 “이수민 선수나 왕정훈 선수와 몇 번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PGA투어보다는 드라이브 비거리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 각 나라별로 잔디가 달라 이에 적응하는 것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부분에 적응을 잘 해야한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최진호는 2017 KPGA에서 평균 드라이브 거리 273.75야드를 마크하며 78위에 그쳤다. 전장이 긴 미국프로골프(PGA)보다 유러피언투어가 최진호에게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
2016년 웹닷컴 투어 큐스쿨에 응시했다가 2차전에서 탈락했던 경험이 있는 최진호는 새로운 도전들을 즐기고 있다. 최진호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우선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모두 나갈 것이다. 중국에서 열린 볼보차이나 대회나 한국에서 열린 발렌타인 챔피언십 외에 유럽에서 열린 대회는 출전한 적 없지만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KPGA 투어를 뛰면서 후배들을 잘 챙겼던 최진호가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최진호가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유럽에서 KPGA 투어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최초의 도전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정상을 넘어 세계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최진호의 골프 인생은 어쩌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