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 상생 외 선택지 없다"…시진핑, 트럼프 상대 기싸움 예고

2017-11-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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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환구시보 등 中 관영매체 일제히 주장

무역 불균형 해소 더불어 '習 체제' 대외적 과시

트럼프 訪中날 어록집 출간, 中 이익 우선 강조

8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 [사진=신화사 ]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좋아야 모두가 행복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의 8일자 1면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중국과 미국 유력 인사들의 발언을 근거로 "양국 국민들의 보편적 인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訪中)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중 무역 불균형 문제 해소 등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되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중국은 이번 양자 간 정상회담을 대국 외교로 규정하며 집권 2기로 접어든 시 주석 체제의 위상을 확실히 인정받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시진핑, 줄 건 주되 얕보이진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베이징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베이징 자금성(紫禁城)으로 초청하는 이례적 환대에 나섰다. 두 정상은 청(淸)대 성군으로 불리는 건륭제(乾隆帝) 때 화원인 건복궁(建福宮)에서 차를 마시며 첫 회동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목적은 명확하다. 그가 스스로 "연간 3500억~5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대중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고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국의 적극적 협조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이 헛걸음으로 평가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농산물과 에너지, 항공기, 반도체, 첨단 제조설비 수입을 확대해 양자 무역 불균형 해소에 부응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소비재와 첨단설비 관련 관세 인하, 중국 기업의 해외 첨단설비 도입 지원 등의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와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 등을 앞세운 최소 120억 달러 이상의 대미 투자 계획도 전했다.

9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무엇보다도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 공조체제 구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압박과 제재에 대한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의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공산이 크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7일 트럼프의 방중을 앞두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관과 개인을 겨냥, ‘세컨더리 보이콧’ 내용이 담긴 이른바 ‘웜비어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강하게 압박했다.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지난 6월 송환된 직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과 무역회사에 대해 미국 금융망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8일 소식통들을 인용, 중국 정부가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관광업체들에 평양 관광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추어 미국의 대북 제재·압박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차원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대북 해법과 관련,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한편 글로벌 질서가 G2(미국·중국) 체제로 재편됐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행보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을 통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방문했던 한국·일본과 다르다"고 강조한 뒤 "대국 간에는 상생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중·미는 쌍방의 중대한 이익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8일 출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록집 중문·영문판 표지. [사진=인민일보]




◆트럼프 방중 맞춰 '1인 체제' 과시한 시진핑

이날 인민일보의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시 주석의 어록이 담긴 책자의 중문·영문판 발간 소식이었다.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習近平談治國理政)'라는 제목의 책자로, '치국이정(治國理政)'은 최근 폐막한 제19대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거쳐 당장(黨章·당헌)에 삽입된 시 주석의 핵심 국정 철학이다.

이번 책자는 지난 2014년 9월에 출간된 1권에 이은 2권으로, 2014년 8월 18일부터 올해 9월 29일까지의 시 주석 어록을 담고 있다. 당대회를 통해 1인 집권 체제를 공고화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 방문에 맞춰 존재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의 기치를 들었지만 시 주석도 중국이 이익을 미국 뒤에 놓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이 일본·호주에 이어 인도까지 가세한 새로운 포위 구도 구축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과 관련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주장하는) 억제와 포위 등의 개념은 현재의 국제정치 구조상 어울리지 않고 실제 적용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냉전 때의 향이 느껴지는 진부한 얘기"라고 평가절하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중국이 미국보다 협상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미국 시장의 수요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견고한 역내 수요를 확보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중국 시장이 필요하다"며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나치게 많은 타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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