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분 연설 24분간 대북비판…대한민국 국회서 쏜 '말大砲'

2017-11-0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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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께 국회 본관 1층으로 들어왔다. 현관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정세균 국회의장의 안내로 1층 로비에서 방명록 작성 후 3층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정 의장·국회부의장·여야 원내대표들과 4분가량 사전 환담을 나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10시 45분께 국회에 도착해 10분가량 사전 환담 후 11시부터 연설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아침 비무장지대(DMZ) 일정 취소 등으로 늦게 도착했다. 게다가 연설문을 수정하느라 11시 20분이 돼서야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로텐더 홀을 통해 중앙 통로로 입장하자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예정보다 20분 정도 지연된 상황에서 정 의장의 능숙한 진행이 눈에 띄었다. 정 의장은 환영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해 아시아 순방에서 대한민국 국회를 찾아준 것을 무한한 기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그 어떤 미합중국의 대통령보다 북핵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훌륭한 리더십과 협상력으로 탁월한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의장이 “아름다움과 지혜를 겸비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소개한다”고 하자 트럼프 여사가 일어서서 인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시 25분께 단상으로 올라가 본격적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고가 아닌 의원과 관중을 보면서 자연스러운 손짓과 함께 약 35분간 연설을 했다. 특히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중 “한국 골프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다”고 말하자 뜨거운 박수가 나왔다.

하지만 35분의 연설 중 24분은 북한 정권 비판에 할애했다. 11시 59분께 연설이 끝나자 의원들은 또다시 기립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지를 들어 보이며 화답했고, 곧바로 국회를 떠났다.

한편 국회는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맞이해 철통 경호, 보안 유지에 힘썼다. 국회 본관은 후면 출입구를 제외하고 모든 출입문이 닫혔으며, 엘리베이터 운행도 중단됐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는 경로도 병풍 등으로 철저히 통제됐다. 8000여명의 경찰이 국회 주변에 투입됐으며 도베르만 핀셔, 저먼 셰퍼드 등 경호견도 배치됐다.

그러나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10시 50분께 본회의장에서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며 큰소리를 내다가 국회 경위들에 의해 강제 퇴장당했고, 이후 피켓을 놓고 다시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또 같은 시간 국회의사당 2번 출구 앞 도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반대 시위가 열렸다. 민중당·사회진보연대·전국농민회총연맹·금속연맹 등 단체는 “노 트럼프 노 워(No Trump No War)”를 외쳤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프린트된 현수막에 소금을 뿌린 후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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