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역시 아세안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한국도 환태평양 경제협력권을 통해 통상지역 다변화의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다만 국제사회도 아시아경제통합 등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보여, 향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만큼은 한국이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위기감도 포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11일) 참석과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3개국 방문을 위한 순방길에 나섰다.
신남방정책은 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핵심 대외 정책 중 하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권의 교역규모는 보고르 선언이 있었던 1994년보다 4배가량 증가한 18조5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에서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지난 20년간 연평균 11.1% 증가, 2014년에 최고치인 12조4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 같은 경제 분위기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고액순자산가(HNWI)의 자산 역시 고성장 궤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HNWI 자산은 지난해 63조400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106조 달러로 연평균 5.9%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가운데 아태지역은 지난해 18조8000억 달러에서 2025년 42조1000억 달러로, 무려 연평균 9.4%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액자산가의 자산규모가 급증할 뿐더러, 다양한 교역이 예상돼 세계적으로 신산업 창출과 투자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포용적 성장’에 발맞춘 전진기지 구축해야
아시아태평양경제권의 성장이 두드러지며 APEC이 향후 비전으로 삼은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에 한국 정부 역시 발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미 일본은 미국이 빠진 상태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안정화에 발벗고 나서는 중이다. TPP 11을 주도하며 경제수교 활성화를 위해 일본은 베트남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미국이 빠진 상황에서 베트남이 얻을 경제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일본은 베트남을 다독이며 TPP 11의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공백을 틈타, 이미 아태지역에서의 주도권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을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호주를 주요 파트너로 삼아 꾸준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스스로 자유주의의 선봉자로, 아태지역을 휩쓸고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우리 정부 역시 아태지역에 대한 통상 다각화를 통해 미국·중국·일본에 의존하는 통상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할 시기를 맞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특히 단시일내 경제성장 경험을 갖춘 만큼, 아태 지역 개발도상국의 처지를 공감하고 동반성장을 일구는 데 한국이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곽성일 KIEP APEC연구컨소시엄 사무국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성장'이라는 기조는 아태지역의 경제성장 비전과 맞물려 있다”며 “개발도상국을 이용하겠다는 전략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수교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