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국내에서 이제 막 움트고 있는 반부패경영시스템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숱한 노력에도 벗기 힘든 '리베이트 대표산업'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한 한 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녹십자·대웅제약 등 일부 상위제약사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5월까지 ‘ISO 37001(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
뇌물과 부패에 대한 예방·감지·해결 등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부패 관련 위험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로써 이해관계자는 ISO 37001을 도입한 기업에 대해 부패방지 조치를 확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이유로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몇몇 기업이 도입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ISO 37001 인증서를 획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롯데닷컴, 한전기술, 한국서부발전, 세븐일레븐 등도 ISO 37001 인증기업이 됐다.
다만 제정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그 수가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ISO 37001을 도입하는 데에 적잖은 부담이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아직 국내 타 산업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 제약산업 역시 ISO 37001 도입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각 제약사가 갖춘 공정거래 자율준수만으로는 제약산업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온전히 철폐하는 게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더 강력한 규제수단으로 ISO 37001을 도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불법 리베이트를 떨쳐내기 위한 배수진 전략을 강화하려는 셈이다.
때문에 올해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2년을 5개 그룹으로 나눠 주요 제약사들이 모두 ISO 37001 도입 인증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이 중 첫 번째 인증절차 과정에는 유한양행과 녹십자 등 총 9개사가 포함됐다. 9개사는 내년 5월까지 ISO 37001 도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