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상품·용역 거래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건설·의약품·보험중개 47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에는 신종 탈세 유형으로 CEO보험(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한 법인의 사주일가 등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혐의가 있는 보험중개 업체가 포함됐다.
국세청은 리베이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과 탈세 행위가 심각한 건설·의약품·보험중개 등 3개 주요 분야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추진한다고 25일 밝혔다.
시행사, 재건축조합 등에 가공급여 지급
건설 분야에서는 재건축조합, 시행사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건설 업체 등이 적발됐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조사 결과 시행사, 재건축조합 등 발주처의 특수관계자에 가공급여를 지급하거나, 발주처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리베이트 지급 혐의가 확인됐다.이에 조합장, 시행사 등 리베이트를 수취한 상대방도 끝까지 추적해 소득세를 과세하고, 허위용역 세금계산서 수수 등 세법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의료인 결혼식·신혼여행·호텔 비용도 대납
의약품 처방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의료인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약품 업체도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대상 업체들은 의사 부부의 결혼 관련 비용 일체와 같은 의료인의 사적인 비용을 대납하고 병·의원과 의료인에게 물품과 현금을 지급하거나, 영업대행사(CSO)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과거 의·약 시장의 구조적 제약과 리베이트 건별 추적 시 소요되는 인력・시간 등의 한계 때문에 리베이트 비용을 부인한 의약품 업체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선에서 조사를 그쳤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리베이트로 최종이익을 누리는 자를 끈질기게 파악하고 그 결과 리베이트를 받은 일부 의료인을 특정해 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의약품 업체 영업담당자들이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을 밝히느니 그들의 세금까지 본인들이 부담하겠다며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의료계의 카르텔이 얼마나 강고한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CEO보험, 신종 탈세 유형으로 변질
신종 탈세 유형으로 CEO보험에 가입한 법인의 사주일가 등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혐의가 있는 보험중개 업체도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CEO보험은 법인비용으로 가입하는 일종의 보장성보험으로 CEO 또는 경영진의 사망이나 심각한 사고 발생시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험금을 법인에 지급하는 보험이다. 최근 초고가의 중개수수료를 수취하려는 보험중개법인과 법인세,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중소법인 사주들의 이해관계가 결합해 관련 보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가입법인 사주가 리베이트만 획득하고 보험을 중도해지해 보험산업의 건전한 거래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사 대상에 오른 업체들은 고액의 법인보험을 판매하면서 가입법인의 특수관계자(대표자와 그 배우자, 자녀 등)를 보험설계사로 허위 등록해 많게는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일부 보험중개업체들은 법인 비용으로 고액 보험료를 납입해 법인세를 절감하고 자녀 등이 고액의 설계사 수당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법인자금으로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다고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 같은 불법 탈세 행위에 대해 금융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종귀속자에 소득세 등 정당한 세금을 과세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