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 아시아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2박3일 일정으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1인 독주 체제'를 굳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북핵 및 양자 무역 불균형 등의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선물 보따리를 안기는 대신 자신의 최대 정책 브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식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반면 시 주석은 대화와 설득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되어 유의미한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중 무역적자 심각" 압박···시진핑 대응은?
이번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미·중 무역 불균형이 어느 정도까지 해소될 지 여부다.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전부터 이 문제를 언급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방일(訪日) 기간 중 공개적으로 "미·중 무역적자가 연간 3500억~5000억 달러에 달한다"며 "시 주석을 친구로 생각하지만 무역적자는 감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9개 기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에 들어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요구할 방침이다.
시 주석이 건넬 첫 선물은 농산물·에너지 수입 확대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이 경쟁 우위를 보이는 항공기와 반도체, 첨단 제조설비 등의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상무부 고위 관계자도 지난 2일 "소비재 관세를 인하하고 기업들의 첨단설비 투자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미 투자 확대 조치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가 공동으로 최대 5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기금을 조성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 등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이 7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대미 무역 불균형 해소의 반대급부로 노리는 것은 일대일로(유라시아를 육상·해상으로 연결하는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의 지지 표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완성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미국을 어떤 식으로든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병행되리라 전망된다.
◆북핵 해법 찾을까···입장차 재확인 가능성 높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협상 테이블에 오를 또 다른 현안은 북핵 해법이다.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자는 총론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하다. 문제는 각론이다.
미국은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되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군사적 옵션도 고려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 특히 대북 지렛대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에 추가적인 고강도 제재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유엔이 결의한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되 협상을 위한 대화 채널 확보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고 맞선다.
시 주석은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자고 수차례 주문한 바 있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쌍중단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중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 무역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베이징(중국) = 이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