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0년을 3년여 앞두고 ‘비전 2020’의 달성을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비전 2020'을 발표한 뒤 매년 추진 상황을 점검하며 목표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전문가들은 현재 삼성전자가 '비전 2020' 달성에 절반 정도 다가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남은 기간 취약한 부문의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비전 2020'을 반드시 달성하고, 한발짝 더 나아가 2020년대 이후에 대한 준비 작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2020년 IT업계 최강자 자리 오를 듯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20년 'IT업계 1위-브랜드가치 글로벌 톱5' 목표에는 상당히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반도체 부문의 올해 1위 달성이 확실시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반도체부문의 매출이 149억4000만 달러까지 급상승하며 지난 24년간 왕좌를 지켰던 인텔을 2위(144억 달러)로 끌어내렸다.
3분기 들어서는 삼성전자가 이 부문에서 177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인텔(161억 달러)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이로써 양사의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매출 격차는 15억 달러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 최대 기록을 거두고 연간 실적으로도 인텔을 따돌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 순위도 2009년 19위에서 올해 6위까지 껑충 뛰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보다 9%가량 증가한 562억달러로 평가받았다.
2009년 19위였던 삼성전자는 2012년 9위에 오르며 10대 기업에 이름을 처음 올린 뒤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연매출 4000억' 달성은 쉽지 않을 듯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4000억 달러 달성과 존경받는 기업 톱10 진입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힘입어 연매출이 2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2009년 매출 136조원에 비하면 배 가량 증가한 수치지만 2020년 목표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반도체에만 실적이 집중된 결과(올해 전체 매출의 3분의1)다.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등 기존의 사업과 전장부품을 비롯한 신사업에서 골고루 성적이 나와야 하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등 잇단 악재로 인해 실적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경받는 기업 톱10 진입은 더 어려워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는 '2017 글로벌 사회적 책임(CSR) 순위'에서 지난해 20위보다 69계단 떨어진 89위를 기록했다.
또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서 조사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50'에서 삼성전자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5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연일 세계 언론에 오르내린 것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주주친화책 등 기업이미지 쇄신 나서···IoT 등 신사업 박차
그렇다고 '비전 2020'의 달성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남은 기간 본격적인 혁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최근 약화되고 있는 기업이미지의 쇄신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CEO(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사업지원TF가 상호 협력하는 ‘삼각체제’를 완성했다. 책임을 분명히 해 투명경영에 나서는 한편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다.
주주친화정책도 적극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배당 규모를 지난해 4조원 대비 20% 상향된 4조8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IoT(사물인터넷), 5G, 전장부품, AI(인공지능) 등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해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을 짰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최근 기존의 다양한 IoT 서비스를 ‘스마트싱스’로 통합하고, AI 비서 ‘빅스비 2.0’을 활용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아우르는 IT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이후에 대한 청사진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8월 미국 뉴욕 피에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휴대폰만 가지고 계속 지금과 같은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에게 늘 묻는다”며 “전 임원이 모여 2020년 비전을 설정했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쪽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