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재설계]최대 실적, 왜 웃지 못하는가

2017-11-0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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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 코리아’ 내달린 한국기업들···초점 일은 그 눈, 2020 비전을 재설계하라

삼성전자 ‘2020년 매출 4000억 달러’ 목표···현재 약간 넘는 수준

SK·현대차·LG도 사정 비슷···성공적 사업구조 변환 마침표 찍어야 할 때

“목표까지 3년 남았다. 이제는 성과를 보일 때다.”

지난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연말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을 앞둔 재계에 떨어진 특명이다.

지난해 재계는 1960년대생 전문경영인과 오너 3·4세 경영인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진용을 새롭게 짰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지난해 사장단 정기인사 등을 단행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최근 혁신인사를 통해 세대교체 흐름에 뒤늦게 동참했다.

재계에선 ‘젊은 피’ 수혈에 이은 조직개편도 관심거리다. 2010년대 초반 각 그룹들은 중장기 미래 발전전략인 ‘비전 2020’을 발표했고, 그에 맞춰 체질 개선 노력을 전개해 왔다.

5일 본지가 이를 분석해 본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치 측면에서는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반도체 사업의 호황에 힘입어 24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13년 거둔 최대실적(228조7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2014년 이재용 부회장 주도로 사업부 매각과 포지셔닝 변화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3년간 200조원대 초반에 머무는 정체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비전 발표 당시 공개한 ‘2020년 매출 4000억 달러’ 구현과 비교하면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액이 그룹의 성장을 담보하는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다. 또한 2010년대 들어 지속된 세계경기의 저성장 기조, 경쟁 패러다임 변화 등 성장의 발목을 잡는 외부 변수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삼성전자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많이 움츠렸다. 이제는 뛰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0년 매출 200조원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마련해 놓은 SK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1년 155조원을 달성한 SK그룹은 2014년 165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향세로 돌아서 2015년 137조8000억원, 지난해 125조920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SK하이닉스의 성장세 등에 힘입어 그룹의 외형 성장이 기대되지만 ‘비전 2020’을 달성하려면 새로운 도약이 절실한 상태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 등을 비롯한 다른 그룹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재계는 그동안 신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 투자에 더 이상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고위 임원은 "신사업에서 최소 10% 이상의 매출 또는 수익 비중을 부담해줘야 할 때"라고 했다. 그래야 2020년 이후 성공적인 사업구조 변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계는 지난 7년간 씨를 뿌리고, 물과 비료를 주고, 잡초를 뜯어냈다. 이제 남은 3년 동안 마무리를 잘해 결실을 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재의 등용과 적재적소 투입이다. 새로 자리를 맡은 인재들은 '비전 2020'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전술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야 한다. 재계가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앞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비전 2020’은 한계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어젠다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숫자보다는 의지를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외형 확장과 내실 충만을 동시에 가져가면서 주력사업과 신사업 간 관계를 어떻게 가져 나갈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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