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보물이고, 관시(關系)가 가장 중요하며, 능력은 참고한다.”
펑쥔치(馮軍旗) 당대중국연구소 연구원이 그의 박사 논문 ‘중현간부(中縣幹部)’에서 인용해 화제가 된 말이다. 실제로 2012년 말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전까지 중국 정가에 만연했던 관례다.
시진핑(習近平) 정부 들어 특히 19차 당대회 이후 이 같은 기존의 인사 관례가 싹 바뀌었다. 아직 퇴임 연령이 차지도 않은 리위안차오(李源潮·67) 국가 부주석, 류치바오(劉奇葆·64) 중앙선전부 부장, 장춘셴(張春賢·64) 당건설공작영도소조 부조장이 중앙정치국 위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류 부장과 장 부조장은 중앙위원으로 강등됐고, 리 부주석은 중앙위원에도 들지 못했다.
중국 공산당 인사에도 이른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 관료 인선의 경제학 논리
그동안 중국 국내외 학계는 당의 지도부 선출과 관련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며 인선 관행과 규칙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관료들의 정치적 실적과 관시에 초점을 둔 연구가 주를 이루면서 학력, 연령 등의 조건도 다뤄졌다.
녜후이화(聶輝華) 중국인민대 경제학원 교수는 기층(基層) 조사 연구에서 관료들을 통해 18차 당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나이와 관시를 우선하고, 능력은 그 다음으로 하는 관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본인이 운영하는 위챗 공식계정인 ‘녜씨의 정경평론(聶氏政經評論)’에서 ‘관료 인선의 경제학 논리’라는 제목의 글로 이번 지도부 인선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위챗은 내용을 문제삼아 이 글을 바로 삭제했다.
녜 교수는 이 글에서 18차 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정치, 경제, 사회 모두 신창타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관료 인선에 4가지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우선 그는 “18차 당대회 이후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로 인해 매관매직 현상이 크게 감소해 관시가 예전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중앙위원회 요구로 관료 선발 시 표를 통해서만 사람을 뽑거나, 연령문제로 제외되는 상황이 없어졌다”면서 “이것은 나이가 주는 이점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구(新舊)체제 전환에서 정치적 충성이 더욱 중시되면서 이것은 정치의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 승진의 첫 번째 요소가 됐음을 뜻한다. 그리고 기층 업무 경험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녜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고위 간부들은 한비자의 ‘재상필기어주부(宰相必起於州部), 맹장필발어졸오(猛將必發於卒伍)’를 계속 강조해왔다”면서 “최고 지도자(시 주석) 역시 기층에서 올라온 점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비자의 이 말은 ‘재상은 반드시 지방에서 나고, 맹장은 반드시 병졸에서 난다’는 뜻이다.
◆ 신화통신이 공개한 새 지도부 선출 과정
이런 가운데 중국 신화통신은 19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19기 중앙위원회의 첫 번째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당 최고지도부가 결정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시진핑 2기 지도부 선출 과정을 공개했다.
사실 9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최고지도부 선출 과정 공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과정은 과거와 다른 점들이 몇 군데 보인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주도 아래 인터뷰 심사와 인사 업무가 직접 진행됐으며, 시 주석의 의중이 깊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시진핑 2기 지도부의 인선 작업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시 주석은 16~18차 당대회 관례를 기본으로 19기 중앙위원회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인선을 정하고, 성(省)급 당 위원회 심사과정과 인터뷰 심사 등을 거쳐 중앙정치국과 상무위원, 서기처 구성원을 꾸리기로 상무위원들과 합의했다.
지난 4월 24일 시 주석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19기 중앙지도기구(중앙정치국) 인사업무 인터뷰 심사 배정 방안’을 통과시켰다. 인터뷰 심사와 인사업무는 시 주석의 직접 주도하에 진행하고 △인식 통일 △추천인원수 제한 없음 △추천 득표수는 참고 등을 원칙으로 했다.
이는 시 주석의 의중에 따라 중앙정치국 위원이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새로 선출된 19기 중앙정치국 위원 25명 중 상무위원 7인을 제외한 대부분이 시 주석의 측근인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워졌다. 공산당 내 3대 계파(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간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시 주석의 칭화대 룸메이트였던 천시(陳希) 중앙조직부 부장을 비롯해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리창(李強) 상하이시 서기, 리시(李希) 광둥성 서기 등이 대표적인 시자쥔이다.
중앙정치국 인사를 위해 시 주석은 올 4월 하순부터 6월까지 전·현직 지도부 57명과 면담을 가졌고, 상무위원들은 고위 간부 258명과 개별 면담을 가지며 의견을 취합했다.
신화통신은 실제로 지난 5월 하순경 지방의 한 성장이 면담 통지를 받고 베이징(北京)에 올라와 중난하이(中南海·최고지도부 거주지)에서 인사 관련 면담을 가진 사실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 성장의 말을 인용해 “면담실 책상에는 ‘면담 조사 배정’, ‘현직 당과 국가지도자 당원 동지 명단’, ‘정성부급(正省部級·성 서기급) 당원 지도간부 명단’이 놓여 있었다”며 그가 “이 자료들을 숙독하고 1:1 면담 방식으로 새 중앙정치국 위원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인사 과정이 당내민주와 집단적 지혜를 활용하는 당의 우수한 전통을 실천한 것으로 해석하며, 이를 19기 중앙정치국 인사의 중대 혁신으로 평가했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이러한 심사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25일 새 중앙정치국 인사 방안을 중앙위원회에 제출했다. 4일 뒤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새 중앙정치국 인선 건의 명단 심의를 통과시켰고, 이 명단은 19기 중앙위원회 1중전회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
펑쥔치(馮軍旗) 당대중국연구소 연구원이 그의 박사 논문 ‘중현간부(中縣幹部)’에서 인용해 화제가 된 말이다. 실제로 2012년 말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전까지 중국 정가에 만연했던 관례다.
시진핑(習近平) 정부 들어 특히 19차 당대회 이후 이 같은 기존의 인사 관례가 싹 바뀌었다. 아직 퇴임 연령이 차지도 않은 리위안차오(李源潮·67) 국가 부주석, 류치바오(劉奇葆·64) 중앙선전부 부장, 장춘셴(張春賢·64) 당건설공작영도소조 부조장이 중앙정치국 위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류 부장과 장 부조장은 중앙위원으로 강등됐고, 리 부주석은 중앙위원에도 들지 못했다.
중국 공산당 인사에도 이른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국내외 학계는 당의 지도부 선출과 관련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며 인선 관행과 규칙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관료들의 정치적 실적과 관시에 초점을 둔 연구가 주를 이루면서 학력, 연령 등의 조건도 다뤄졌다.
녜후이화(聶輝華) 중국인민대 경제학원 교수는 기층(基層) 조사 연구에서 관료들을 통해 18차 당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나이와 관시를 우선하고, 능력은 그 다음으로 하는 관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본인이 운영하는 위챗 공식계정인 ‘녜씨의 정경평론(聶氏政經評論)’에서 ‘관료 인선의 경제학 논리’라는 제목의 글로 이번 지도부 인선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위챗은 내용을 문제삼아 이 글을 바로 삭제했다.
녜 교수는 이 글에서 18차 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정치, 경제, 사회 모두 신창타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관료 인선에 4가지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우선 그는 “18차 당대회 이후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로 인해 매관매직 현상이 크게 감소해 관시가 예전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중앙위원회 요구로 관료 선발 시 표를 통해서만 사람을 뽑거나, 연령문제로 제외되는 상황이 없어졌다”면서 “이것은 나이가 주는 이점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구(新舊)체제 전환에서 정치적 충성이 더욱 중시되면서 이것은 정치의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 승진의 첫 번째 요소가 됐음을 뜻한다. 그리고 기층 업무 경험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녜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고위 간부들은 한비자의 ‘재상필기어주부(宰相必起於州部), 맹장필발어졸오(猛將必發於卒伍)’를 계속 강조해왔다”면서 “최고 지도자(시 주석) 역시 기층에서 올라온 점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비자의 이 말은 ‘재상은 반드시 지방에서 나고, 맹장은 반드시 병졸에서 난다’는 뜻이다.
◆ 신화통신이 공개한 새 지도부 선출 과정
이런 가운데 중국 신화통신은 19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19기 중앙위원회의 첫 번째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당 최고지도부가 결정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시진핑 2기 지도부 선출 과정을 공개했다.
사실 9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최고지도부 선출 과정 공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과정은 과거와 다른 점들이 몇 군데 보인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주도 아래 인터뷰 심사와 인사 업무가 직접 진행됐으며, 시 주석의 의중이 깊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시진핑 2기 지도부의 인선 작업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시 주석은 16~18차 당대회 관례를 기본으로 19기 중앙위원회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인선을 정하고, 성(省)급 당 위원회 심사과정과 인터뷰 심사 등을 거쳐 중앙정치국과 상무위원, 서기처 구성원을 꾸리기로 상무위원들과 합의했다.
지난 4월 24일 시 주석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19기 중앙지도기구(중앙정치국) 인사업무 인터뷰 심사 배정 방안’을 통과시켰다. 인터뷰 심사와 인사업무는 시 주석의 직접 주도하에 진행하고 △인식 통일 △추천인원수 제한 없음 △추천 득표수는 참고 등을 원칙으로 했다.
이는 시 주석의 의중에 따라 중앙정치국 위원이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새로 선출된 19기 중앙정치국 위원 25명 중 상무위원 7인을 제외한 대부분이 시 주석의 측근인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워졌다. 공산당 내 3대 계파(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간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시 주석의 칭화대 룸메이트였던 천시(陳希) 중앙조직부 부장을 비롯해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리창(李強) 상하이시 서기, 리시(李希) 광둥성 서기 등이 대표적인 시자쥔이다.
중앙정치국 인사를 위해 시 주석은 올 4월 하순부터 6월까지 전·현직 지도부 57명과 면담을 가졌고, 상무위원들은 고위 간부 258명과 개별 면담을 가지며 의견을 취합했다.
신화통신은 실제로 지난 5월 하순경 지방의 한 성장이 면담 통지를 받고 베이징(北京)에 올라와 중난하이(中南海·최고지도부 거주지)에서 인사 관련 면담을 가진 사실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 성장의 말을 인용해 “면담실 책상에는 ‘면담 조사 배정’, ‘현직 당과 국가지도자 당원 동지 명단’, ‘정성부급(正省部級·성 서기급) 당원 지도간부 명단’이 놓여 있었다”며 그가 “이 자료들을 숙독하고 1:1 면담 방식으로 새 중앙정치국 위원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인사 과정이 당내민주와 집단적 지혜를 활용하는 당의 우수한 전통을 실천한 것으로 해석하며, 이를 19기 중앙정치국 인사의 중대 혁신으로 평가했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이러한 심사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25일 새 중앙정치국 인사 방안을 중앙위원회에 제출했다. 4일 뒤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새 중앙정치국 인선 건의 명단 심의를 통과시켰고, 이 명단은 19기 중앙위원회 1중전회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