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확산된 매출 하락 우려는 기우였을까. 2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 9월 사상 최대(12억3226만달러, 약 1조4000억원)를 달성, 전년대비 30.6% 증가했다. 이런 상승세가 계속되면 올해 전체 매출은 1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외부에서는 그동안 앓는 소리를 했던 면세점업계에 의아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매출이 추락할 것이란 우려와 정반대로 매출 그래프는 쭉쭉 올라가고 있으니 '엄살'을 피웠다는 비난도 불가피해보인다.
특히 지난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한한령 발동으로 유커 발길이 뚝 끊기면서 자발적 방문 관광객을 유치하기 힘들어지자, 면세점업계의 송객수수료 지급액은 더 늘었다. 명품 브랜드를 붙잡아 두려면 매출을 일정정도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 국정감사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들이 따이공 등에게 지불한 송객수수료는 총 5204억원에 달했다. 이는 한창 유커가 많이 찾던 2015년 연간 송객수수료(5630억원)와 맞먹는 데다, 지난해 상반기 송객수수료(4790억원)보다 8.6%나 늘어난 규모다.
이로 인해 국내면세점의 순익은 급격히 악화됐다. 올 상반기 면세점 업계의 영업이익은 85%이상 급감해 ‘경영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난달 업계는 송객수수료율을 10%p가량 낮추고 있지만, 울며 겨자먹기식 송객수수료 지불은 면세점 업계의 출혈 경쟁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한한령 이후 고객 유치를 위한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매출은 늘어났지만 순익은 줄어든 터라 의미가 없는 수치”라면서 “중국 당대회 이후 한·중관계 개선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하루빨리 늘어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