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정부가 총량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방치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내놓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경제정책이 헛바퀴만 돌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가계부채를 키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 취약자에 대한 맞춤형 혜택이 제공될 전망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개선돼 당장의 시스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GDP 대비 규모가 크고 빠른 증가세가 지속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번 대책은 금융 측면뿐 아니라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구조적 증가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큰 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량 측면에서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향후 가계부채 증가율을 최근 2년간 두 자릿수 증가에서 8%대 내외의 증가로 연착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32만명 취약차주는 소득과 자산이 부족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높거나 자산 대비 부채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조9000억원의 소액·장기연체채권의 정리 방안과 함께 민간대부업체가 보유한 소액·장기연체채권의 정리방안도 다음 달까지 마련할 계획”이라며 취약차주에 대한 대안도 내놨다.
특히 “서민금융상담기관과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간 연계도 강화해 채무조정과 함께 가능한 복지서비스, 일자리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일자리주도성장 등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차질없이 이행해 근본적으로 가계상환 능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혁신형 창업 촉진,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근로자의 실질 가계소득을 높여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최근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향후 가계대출 종합대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도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가 소비를 제약해 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금리인상 등 다양한 경제 변수가 예고되는 시점이라도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을 줄이는 방안에 우선적으로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도 글로벌 경기가 회복신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국가신용도 역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가계부채 해결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경제계 관계자는 “가계 부채에 대한 관리를 통해 내수 경기가 안정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취약차주에 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대출 규제가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이어 중소기업벤처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과 협력해 경제정책 후속조치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