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南賢熙 ·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政事)를 도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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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은 가볍고 쉽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때로는 섣불리 말참견도 한다. 무엇 때문인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돼도 내 책임은 없기 때문이다. 잘되면 내 말을 따른 덕분이고, 잘못돼도 그걸로 그만인 게 남의 일이다. 제 딴에는 합리적인 조언이요 충고라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주제넘은 참견과 간섭이 되기 십상이다. 이럴 때 한마디 듣기도 한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일을 맡은 사람보다 그 일의 자세한 속사정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일을 맡은 사람의 고뇌와 절박함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남의 일에 어설프게 끼어들지 않는다. 주어진 조건과 주변 환경을 꼼꼼히 따지면서 묵묵히 생각해보고, 확신이 들지 않으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꺼내더라도 조심스럽다. 어설픈 참견이 되레 분란과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제넘은 참견이나 간섭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문제지만, 그것이 사회적·국가적 차원에 이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부재기위(不在其位)한 사람, 곧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 이른바 비선실세(秘線實勢)로 불리는 이들의 국정농단을 우리는 얼마 전까지 가까이서 직접 목도한 경험이 있다. 그들에 대한 재판이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그들에겐 도무지 부끄러움도 반성도 전혀 없는 듯 보인다.
‘비선실세’란 무엇인가? 책임은 전혀 없고 권세만 부리는 사람이다. 더구나 최고 권력자를 등에 업었으니, 언터처블한 갑(甲) 중의 갑, 슈퍼갑인 것이다. 게다가 부끄러움도 반성도 없는 사람들이니, 무책임하게 무리한 일을 함부로 벌이고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나라는 파탄지경으로 내몰리고, 그 고통을 지금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서 그 정사를 도모하면’ 이렇게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