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첫 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뜨거웠는데요.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가계통신비에 대한 현안은 매해 주요 화두로 떠오르기 때문이죠. 여야의원들은 이와 관련된 질의에 앞서 유영민 장관에게 대뜸 칭찬부터 건넸습니다.
당시 유 장관은 과기정통부 수장으로 오른지 100일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단순 비교가 적절치 않을진 몰라도, 일반 직장인으로 치자면 이제 갓 ‘수습’을 뗀 기간입니다.
그가 높이 평가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과학기술 현장을 누비며 ‘소통’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 장관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 현장 연구자와 수시로 만나 대화하는 자리를 상당 시간 업무에 할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전날 유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최일선 현장인 종로 세운상가의 메이커스(Makers) 지원 시설을 방문해 관련 종사자들을 격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습니다. 과거 전자상가 메카였던 세운상가가 도심재생을 통해 실체가 있는 4차 산업의 현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만큼, 유망한 기업들이 태동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죠.
오랜 시간 정체됐던 중입자가속기 사업 정상화도 유 장관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입니다.
지난 2010년 국내 도입이 결정됐지만 원자력의학원이 분담금 750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중입자가속기 사업은 “중입자가속기 조기구축으로 암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유 장관의 강한 의지에 따라 서울대병원이 참여 분담금을 납부하고 사업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 장관은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수행원 없이 현장을 방문하는 등 진정성 있는 소통 행보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 2013년 과기정통부(옛 미래부)가 처음 출범한 이래 기업인 출신이 장관을 맡는 것을 두고 말도 참 많았는데요. 유 장관이 ‘열 일’하는 동안 과기정통부라는 이름도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걸 보니, 그동안의 우려가 기대로 변하는 시선도 늘어나는 모양입니다. 존속여부 자체도 불투명한 부처가 빠른 시간안에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편요금제, 단말기 자급제 등 통신을 비롯해 과학기술의 컨트롤타워로서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합니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중장기 과제가 유 장관의 성적을 매기는 데 배점이 클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응원 섞인 질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앞서 언급한 국감 현장에서, 여야의원들이 과학통신 정책의 부족함을 꼬집기전에 유 장관의 초기 성과를 먼저 치켜세워준 것은 과기정통부의 ‘환골탈태’를 더욱 독려하는 의미일 것입니다. ‘가야할 길을 가겠다’는 유 장관에게 ‘국민이 보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전진하라’는 뜻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