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인 일본 도레이가 오는 2020년까지 4년간 한국에 총 1조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한국도레이그룹은 연매출 규모를 지난해 2조8000억원에서 2020년 5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닛카쿠 아키히로 일본 도레이 사장과 이영관 한국도레이그룹 회장은 1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투자확대계획을 밝혔다.
도레이는 1963년 한국에 나일론 제조기술을 공여하면서 진출했으며, 현재 도레이첨단소재, 도레이케미칼, 스템코,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코리아(TBSK), 도레이BSF코팅코리아(TBCK) 등 5개 한국법인을 두고 있다.
우선 도레이첨단소재는 아시아 1위인 스펀본드 부직포 사업에 11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폴리프로필렌(PP)을 원료로 사용하는 PP 스펀본드 부직포는 기저귀, 의료용 마스크 등에 사용된다.
이와관련,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해 구미 5산업단지에 4공장을 착공, PP 6호기 증설 공사를 시작했다. 내년 증설이 완료되면 한국 내에서만 연산 6만4000t 규모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영관 회장은 "중국, 인도네시아 해외 거점과 전략적으로 연계해 아시아 수요증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며 "폴리에스터 부직포 증설도 검토해 글로벌 1위 부직포 메이커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첨단 부품 소재인 PPS 수지 사업에도 1000억원을 투자해 증설에 나선다. 증설이 완료되면 PPS수지는 연산 1만8600t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PPS 수지는 내열·난연성이 뛰어나 자동차 경량화 부품과 전기·전자 소재로 사용된다.
2차전지 분리막 사업을 담당하는 TBSK와 TBCK도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TBSK는 4000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 분리막 생산능력을 높이고 코팅 능력 증설에도 1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스템코도 반도체 칩을 얇은 필름 형태의 인쇄회로기판(PCB)에 장착하는 방식의 COF 분야 등 신제품 개발에 2000억원 가량을 투자해나갈 방침이다.
◆"한국 투자환경 좋다"
도레이가 이같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한국의 인재풀과 투자 인프라가 비교적 우수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닛카쿠 사장은 "한국의 인건비가 상승했지만 일본에 비하면 아직 유리한 상황"이라며 "특히 도레이는 고급 상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등 글로벌 정상 기업이 포진해 있다"며 "이와 관련한 수요에 대응하고 협력하는 차원에서도 한국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규제 등 투자 환경 역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이 회장은 "외투기업이 한국에서 사업하는 데 여러 규제가 많다는 얘기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느낀 적이 한번도 없다"고 했다. 이어 "새만금단지의 경우 인프라가 부족해 거기서 만든 제품을 부산까지 실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와 관련해서도 한국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해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도레이그룹은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을 설립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확대할 방침이다. 재단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지원과 인재양성에 주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