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보복 직격탄을 맞은 롯데마트 등이 본격 철수에 나서면서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앞서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마저 사업을 접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그동안 큰손이었던 중국 시장에 대한 미련이 여전히 크지만, 계속되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손실이 커지자 앞다퉈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재계 5위이자 유통업계 최대 파워를 가진 롯데가 중국의 사드 보복에 사실상 백기를 든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사드 무대책’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당초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된 지난 3월, 롯데그룹은 황각규 사장(경영혁신실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롯데뿐 아니라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피해와 위축 상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어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가까웠고, 정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손을 놓다시피 한 상태였다. 결국 다음 유력 대선 주자에게 시선이 쏠렸다.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드 복안이 있다”고 말해 업계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문 정부는 별다른 복안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과 6차 핵실험까지 이어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냉각된 탓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 9월 초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면서 중국의 적개심을 더욱 키우고 말았다. 롯데가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를 결정한 때가 바로 이 사드 추가 배치 직후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지명한 노영민 신임 주중 한국대사의 최근 발언이 유통업계의 공분을 사고 말았다. 노 신임 대사는 지난달 29일 중국 내 한국 기업의 피해가 사드 보복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사드 보복뿐만 아니라 복합적 이유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야당은 문 정부의 사드 무대책을 보여준 단면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 최소한의 WTO 제소도 안 한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대책이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정부의 사드 무대책에 유통업계는 한숨을 쉴 틈도 없이 동남아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10일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 ‘일본롯데’를 설립하고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를 오픈했다. 중국 철수를 가장 먼저 밝힌 이마트도 최근 베트남과 캄보디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편의점 GS25는 베트남 호찌민에 조만간 1호점을 낼 예정이고, CU는 이란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신시장 개척에 나선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중국이 더 이상 기회의 대륙이 아닌 상황”이라며 “유통, 식음료 업계 모두 당분간은 중국 대신 동남아, 중동시장 진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