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생활건강 측의 여성 근로자 부당대응 실태를 폭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면세점에 근무하는 만삭의 임신부에게 창고업무와 연장근무, 특근 등을 하게 했다. 출산 예정일 한 달 전 심하게 하혈을 해 입원한 사례도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도 할 수 없었다. 임신 12주 때까지 하루 2시간씩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회사는 이런 신청을 허용하지 않았다.
육아휴직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매니저급 근로자가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매니저 직책을 박탈하거나 원거리 발령을 냈다. 월급이 100만원 이상 차이 나는 매장에 배정받기도 했다.
급여 꼼수도 논란거리다. 노조에 따르면 면세점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에게 매월 50%씩 지급하던 상여금을 직원 동의 없이 ‘역량급’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39%만 지급했다. 이를 통해 기본급이 100여만원에 불과해 최저임금에 걸리던 문제를 해결했다.
노조는 부당 대우와 임금협상 결렬 등을 이유로 지난달 20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LG생활건강 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노조는 이 부분도 문제 삼았다. 현행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파업 등 쟁의행위 기간에는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하고 있다. 노조는 LG생활건강과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한 상태다.
LG생활건강 홈페이지에는 ‘고객의 아름다움과 꿈을 실현하는 최고의 생활문화 기업, 건강하고 아름답고 활기찬 가치를 제공한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 하지만 실제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처우는 이에 못 미친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회사 덩치에도 어울리지 않는 처우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차석용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1위 기업 아모레퍼시픽을 거세게 추격 중이다. 차 부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유통 제품 다변화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화장품업계 전체가 휘청이는 가운데도 올 상반기 매출액 3조1308억원, 영업이익 4924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