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고와 매진 7개월째 반복
도쿄 도심 곳곳에 위치한 요도바시 카메라와 같은 대형 가전양판점에는 한 달에 여러 번 닌텐도 스위치가 입고되고 있지만, 들어오는 즉시 판매돼 구매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품귀현상을 보이는 닌텐도 스위치의 중고제품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 경매 비교사이트 '야후 옥션'에선 닌텐도 스위치 제품의 평균 낙찰가가 8월말 현재 4만4000엔(약 44만원)에 이른다. 닌텐도 스위치 정가 3만2378엔(약 32만원)보다 36% 정도 높은 가격이다.
이에 닌텐도는 8월말부터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 닌텐도 스위치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중고품 판매점 관계자는 "현재 중고품에 대한 가격적인 영향은 없지만, 정기적으로 예약 판매된다면 가격도 안정을 되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닌텐도 살린 '닌텐도 스위치'
닌텐도가 지난 7월 발표한 올해 2분기(4~6월) 실적에 따르면, 212억엔(약 21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는 245억엔(약 2450억원) 적자였다. 지난 3월에 판매가 시작된 닌텐도 스위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난 형국이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배 증가한 1540억엔(약 1조5400억원)으로 나타났다. 닌텐도 스위치는 국내외에서 7월 현재 197만대가 팔렸으며, 게임 관련 소프트는 814만개가 팔렸다. 반면,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3DS는 판매 대수가 95만대로 전년 동기 94만에서 1만대 증가했지만 관련 소프트는 585만개로 31% 감소했다.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에 힘입어 2018년 연결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7500억엔(약 7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 닌텐도의 진짜 무기는 IP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와 함께 닌텐도의 IP(지적재산) 사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 닌텐도가 가정용 게임기를 통해 키워 온 캐릭터가 게임기 본업에서 다양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오는 닌텐도가 1985년에 발매한 게임 소프트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닌텐도는 마리오 이외에도 다양하고 널리 알려진 캐릭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포켓몬스터도 그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닌텐도는 게임 이외 영역에서 캐릭터를 투입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왔다는 지적이다. 캐릭터 투입에 소극적이던 닌텐도의 전략을 180도 바꾼 계기는 이와타(岩田) 전 닌텐도 사장이 서거하면서부터다. 지난 2014년 1월 경영방침 설명회에서 캐릭터의 적극 활용을 선언해 그동안 라이선스를 주지 않았던 관례에서 벗어났다.
일본 시장조사회사 캐릭터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일본 국내 캐릭터 상품 시장 규모는 1조6000억엔(약 16조원)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미국 국제라이선싱산업머천다이즈협회는 2016년 전 세계 라이선스 상품 소매 매출액이 2629억 달러(약 297조2084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아직 전 세계 라이선스사업 시장에서 닌텐도의 존재감은 크지 않지만, 게임을 통해 캐릭터를 접해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게임을 통해 전 세계로 시장을 확장시킬 수 있다.
◆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닌텐도 월드' 구축 중
닌텐도의 대표적 캐릭터 슈퍼 마리오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宮本茂) 닌텐도 전무이사는 지난 6월 오사카에 위치한 유니버셜 스튜사오 재팬(USJ)에서 닌텐도 월드 기공식에 참석해 "이제까기 본업인 게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해 온 IP 전략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USJ)에 설치될 닌텐도 월드에서는 마리오 등 닌텐도 인기 캐릭터가 카레이스로 경쟁하는 '마리오 카트'를 소재로 제작된 놀이기구 등을 선보인다. 닌텐도 월드는 도쿄 올림픽이 개최될 2020년까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에 설치 중인 슈퍼 닌텐도 월드에는 600억엔(약 6000억원)이 투입됐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금액이다. 닌텐도가 슈퍼 닌텐도 월드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 포켓몬고 인기로 입증된 닌텐도 IP의 힘
닌텐도 캐릭터의 진가가 입증된 것은 지난해 출시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케몬고'였다. 이 게임은 닌텐도의 IP 포켓몬스터가 게임 속에 등장해 화제가 됐으며, 닌텐도의 부활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7월 6일 미국에서 시작된 포켓몬고는 올해 6월 누적 다운로드 수가 7억 5000만회를 기록했다.
시장관계자들은 강력한 캐릭터의 힘은 닌텐도가 펼치는 사업에서도 강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일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의 품귀현상도 닌텐도가 키워 온 캐릭터가 등장하는 소프트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닌텐도가 스마트폰 게임 과금, 라이선스로 벌어들이는 돈은 2016년에 242억엔(약 24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2배 늘어난 수치다. 시장은 닌텐도의 게임과금, 라이선스 수익이 2018년에 10배 늘어난 2376억엔(약 2조376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 닌텐도, "본업은 결국 게임기"
지난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 모은 포켓몬고는 닌텐도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닌텐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소비자들도 포켓몬고를 통해 닌텐도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됐다. 이러한 움직임이 닌텐도 스위치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시장조사업체는 지난 3월 조사에서 닌텐도 스위치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이 45%에 달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게임 애호가가 적다. 닌텐도 스위치의 경쟁제품 플레이스테이션4의 경우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은 2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닌텐도 스위치의 여성 구매자는 1.5배 이상 많다. 닌텐도 스위치는 특히 10대와 40대 연령층의 구매가 많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포켓몬스터, 슈퍼 마리오라는 대표적 IP로 수익을 올린다고 해도 본업은 게임기 판매에 있다는 점을 닌텐도는 강조한다. 닌텐도는 게임 초보자들이 IP를 통해 게임기를 구입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7 제품발표회에서 '슈퍼마리오 런'이 모바일게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슈퍼마리오 런'은 닌텐도의 슈퍼마리오가 처음으로 선보인 모바일 게임이다.
'슈퍼마리오 런'은 9.99달러만 결제하면 모든 게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닌텐도의 효자 종목은 '가정용 게임기기'이지 모바일이 아니기 때문에 닌텐도는 개의치 않았다.
모바일 게임 '슈퍼마리오 런'은 이용자들을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기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닌텐도의 전략은 '슈퍼마리오 런'을 통해 보다 많은 이용자들에게 닌텐도를 알리고 '닌텐도 스위치' 매출로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