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 가까웠던 중금리 대출 시장이 2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커졌다. 1금융권에서 외면 받던 중신용자들의 숨통이 트인 셈이다.
정부가 지난해 금리단층 해소를 위해 적극 도입한 사잇돌 대출이 촉매가 돼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중금리 상품을 적극 판매한 결과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사잇돌 대출의 누적 공급액이 27일 기준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9개 은행 및 4개 지방은행에서 총 5446억원(일평균 17억7000만원, 총 4만8371건), 38개 저축은행이 총 4176억원(일평균 15억8000만원, 총 4만5036건)에 이르는 사잇돌을 지원했다. 올해 6월부터 사잇돌을 취급하기 시작한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총 411억원(일평균 5억4000만원, 총 3644건)을 제공했다. 여기에 금융기관들의 자체 중금리 상품까지 더하면 중금리 시장 규모는 2조원을 웃돈다.
사잇돌과 P2P대출을 제외하고 은행·저축은행·여전사·상호금융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1조391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부터 중금리 대출을 본격 공급하기 시작한 인터넷은행과 상호금융을 제외하더라도 1조1726억원으로 전년 동기(3975억원)의 3배 수준이다.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을 적극 취급해 전년 동기(407억원) 대비 4.8배 증가한 1941억원을 취급했다. 저축은행은 전년 동기(2067억원) 대비 2.3배 증가한 4738억원, 여전사는 전년 동기(1501억원) 대비 4.3배 증가한 6418억원을 취급했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신협을 중심으로 상반기에 805억원을 취급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사잇돌 대출 출시 당시 사잇돌이 중금리 시장의 신용공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평가했었다.
당시 임 전 위원장은 "고신용자는 연 5% 미만의 저금리를, 중·저 신용자는 20%대의 고금리를 부담하는 '금리단층'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며 "중금리 시장 활성화는 서민의 금융접근성 제고와 금리부담 완화를 위해 금융권 전체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절박한 과제"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사잇돌 고객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사잇돌은 당초 목표대로 중신용(4~8등급)·중위소득자(연소득 2~4000만원)를 주요 고객으로 6~18%수준의 대출금리를 형성하며 금리단층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은행은 3~6등급(78.8%), 상호금융은 4~7등급(83.6%), 저축은행은 5~8등급(93.8%)을 중심으로 대출을 실행해 금리 공백을 촘촘히 메우고 있다. 이용자 평균 소득은 은행 4015만원, 상호금융 3775만원, 저축은행 2989만원 수준이다.
대출 평균금리는 은행 7.56%, 상호금융 8.57%, 저축은행 16.67% 수준으로 형성됐으며 1인당 평균대출액은 은행 1126만원, 상호금융 1125만원, 저축은행 925만원 수준이다.
연체율은 1.2%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처음 사잇돌을 출시했을 때 일각에서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금리 10%대로 대출을 제공하면 연체율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었다.
이에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사잇돌 대출 공급현황, 연체율 등을 지속 모니터링해 필요시 대출조건·한도·보증료율 등 개선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제2금융권 이용시 신용등급 하락폭 조정 등 신용평가체계 개선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