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25일(현지시간) 3% 이상 급등하면서 강세장(bull market)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노력이 마침내 수급 균형의 결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날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59.02달러까지 오르면서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역시 전일 대비 3.1% 오른 배럴당 52.5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6월에 기록한 최근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른 강세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특히 이날 터키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의 독립투표에 반대하면서 이들의 자금줄인 원유 수출 송유관을 폐쇄하겠다고 경고한 것이 유가 급등을 부채질했다고 FT는 분석했다. 터키가 송유관을 잠글 경우 일일 약 50만 배럴의 원유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
전반적인 수급 균형에 대한 전망도 밝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초 올해 글로벌 경제 회복에 힘입어 원유 수요 증가치를 일일 150만 배럴에서 160만 배럴로 상향했다.
CNBC는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셰일유 생산업체들의 시추 활동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셰일유 시추 설비인 리그 가동대수는 지난 6주 중 5주에 걸쳐 감소해 공급 증가 우려를 불식시켰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있다. CNBC는 아직 감산 연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3월로 만료되는 감산 합의가 내년 말까지 연장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감산의 3개월 추가 연장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헤지펀드들도 유가 상승 베팅을 늘리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WTI 상승 베팅은 4주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베팅은 3주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다만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원유 트레이더인 재닛 공은 FT에 “수급 균형의 신호 속에서도 시장은 상하방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면서 미국의 셰일유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CNBC 역시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에 근접하면서 재정 수입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생산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