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來 최대 세제개편 추진 ..트럼프 '15% 법인세" 막판 조율

2017-09-26 15:23
  • 글자크기 설정

민주 반대 속 공화당은 20% 주장

세수 감소 이유로 감세 공방 가열...'15~20%' 잠정 발표 전망도

"므누신 재무장관 리더십·트럼프 '민족주의 브랜딩' 시험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무회의실에서 미 공화당·민주당 양당 의원들과 함께 세제 개편 관련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EPA]


30년 만에 추진되는 미국 최대 세제 개편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와 의회가 현 35%인 법인세율 인하폭을 두고 막판 조율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15% 법인세"에 대한 의지가 관철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 갈 길 먼 법인세 인하율 공방...30년 만에 세제 개편 이뤄질까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 더 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7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과 미 공화당의 세제 개혁 관련 공동 안건 발표를 앞두고 연방 법인세율에 대한 양측 입장차를 얼마나 조율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경선 시절부터 기업 유인책의 일환으로 15% 법인세 관철을 거듭 강조해왔다.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로 나가는 미국 글로벌 기업들을 유인하기 위한 조치다. 최대 규모의 감세를 통해 미국 기업이 회귀하면 경제 살리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를 절반 이상 감면하겠다는 파격적 조치는 세제개편의 입안·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의회 의견과 상충한다. 재정 적자 우려 때문이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대로 법인세율을 20%p 하향 조정할 경우 향후 10년간 약 2조 달러 규모의 세수가 증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세수 감소를 이유로 적극 반대하는 가운데 공화당은 20%까지 15%p만 줄여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방 장기화 우려에 따라 일단 27일에는 최종 세율을 확정하지 않고 '15~20%' 선으로 잠정 표기할 수 있다는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 건전화를 강경하게 요구해온 상원 측이 재정 적자 확대를 일부 용인하는 방향도 대안으로 꼽힌다.

개인 소득세율 인하율도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납세 계층을 현행 7개에서 3개로 축소해 계층별로 각각 10%, 25%, 35% 부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소득세 최고 세율은 현행 39.6%에서 35%로 낮아진다.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5% 가까이 줄어드는 만큼 '부자 감세', 트럼프 대통령의 '셀프 감세'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법인세 대폭 인하 등 미국의 세제개편이 이뤄지면 지난 1986년 레이건 정권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여야 대립의 영향으로 세제 개편이 표류해왔다.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잇따라 법인 세율을 인하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가세하면 감세 경쟁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정치 새내기 므누신의 고민...트럼프 '민족주의 브랜딩' 성공할까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경기 부양을 위해 올해 안에 세제개혁안의 의회 통과를 추진,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세제개편안을 통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므누신 장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보도를 통해 "이번 세제개편은 므누신 장관의 짧은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동적 성향으로 북한과의 '막말 대치'를 이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중 한 사람이자 정치 신인으로서 대통령과 의회 간 분열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므누신 장관은 15년 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지만 역대 재무장관에 비해 정치 경험이 적은 편이다. 재무장관으로 재임한 기간은 불과 8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재무부 인력 충원을 당분간 허용하지 않겠다는 미 행정부 방침에 따라 인력도 부족한 편이다. 법인세 조정이 중요한 이유, 계층별 감세 배분 등과 관련해 의회를 설득할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세금개혁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기반으로 추진되는 이른바 '민족주의 브랜딩'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정책이다. 과감한 세금 개혁 추진을 통해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미국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는 기폭제가 된다는 것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주리 주와 노스 다코타 주의 연설에서 "기업과 개인에 대한 감세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임금 인상과 미국 내 일자리 확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세금 정책이 미국 경제를 되살리는 엔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다만 당장 감세폭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트와 폴리티코가 9월 초 진행한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15% 법인세' 정책은 지나친 기업 봐주기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74%는 중산층 감세를 지지하기도 했다. 세금 정책이 자칫 기업에 대한 감세 혜택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