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골프를 대표하는 두 선수 최경주(47)와 양용은(45)이 1번홀(파4)에서 같은 조로 나서자 주위를 가득 채운 300여명의 갤러리들은 환호성을 지르기에 바빴다. 분위기는 평일 1라운드가 아닌 휴일 마지막 라운드 같았다. 골프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두 베테랑 선수들은 완숙한 플레이로 화답했다.
양용은은 21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어반, 링크스 코스(파72·7366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KPGA) 제네시스 챔피언십(우승상금 3억원) 1라운드 경기에서 버디 3개 보기 3개로 이븐파를 마크했다. 최경주는 버디 3개 보기 2개 더블 1개로 1오버파를 기록했다.
PGA(미국프로골프) 투어 7승을 포함해 해외투어 12승, 프로통산 28승을 거둔 최경주와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PGA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을 비롯해 프로 통산 11승을 마크 중인 양용은은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먼저 치고 나간 것은 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양용은이었다. 그러자 최경주는 3번홀(파5)에서 바로 버디를 잡아내며 균형을 맞췄다. 최경주는 6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범했지만 7번홀(파5)에서 다시 한 타를 줄이며 이븐파를 마크했다.
양용은 8번홀(파3)에서 6.6m짜리 퍼 퍼트를 성공시키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9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이븐파가 됐다. 이후 양용은은 11번홀(파4)와 14번홀(파4)홀에서 보기를 범했다.
이븐파 행진을 이어가던 최경주는 15번홀(파5)에서 긴 거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1언더파로 스코어를 줄여나갔다. 양용은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16번홀(퍄4)에서 버디를 성공시켰다. 이어 최경주가 16번홀과 17번홀(파3)에서 연속 보기를 범함에 따라 두 선수 모두 1오버파가 됐다. 양용은은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이븐파로 경기를 마쳤다.
베테랑의 빛나는 가치는 베테랑이 가장 잘 알아본다. 최경주도 양용은도 서로에게 놀랐다. 최경주는 “마지막 홀에서 양 프로가 티샷을 엄청 멀리 쳤다. 400야드 정도는 갔다. ‘나는 저렇게 못가지’ 생각했다”며 “양용은 프로는 하이브리드만 들면 무조건 안정적이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양용은은 “최경주 프로가 파5홀에서 레이업을 한 후 세 번째 샷을 붙여서 버디로 연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핀 위치가 가까이 붙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버디를 했다. ‘저렇게 아이언을 잘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함께 라운드를 펼친 김형성은 “최경주 선배님은 공을 맞추는 정확도가 워낙 좋다. 컨택트 미스가 거의 없는 것이 놀라웠다. 양용은 프로님은 유틸리티는 세계 최고다. 러프 어프로치 등 숏 게임 등도 놀라웠다”고 엄치를 치켜세웠다.
관록의 경기를 펼친 최경주는 2라운드에서 최다 연속 컷 통과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최경주는 2002년 코오롱 제45회 한국오픈부터 지난 5월 열린 SK 텔레콤 오픈 2017까지 29대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김형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최초의 30대회 연속 컷 통과에 도전한다. 최경주는 "아이언샷이 좋지 못했다. 바로 연습을 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보기 없이 8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2위에 세 타차 단독 선두로 나선 김승혁은 “위험한 아이언샷보다는 기회를 만드는 아이언샷을 했다. 퍼팅감이 좋았다. 그린 주변에서 유리한 곳에 가져다 놓으면 넣을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는 오는 10월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 컵 @ 나인 브릿지’(THE CJ CUP @ NINE BRIDGES)와 2018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PGA투어 ‘제네시스 오픈’ 출전권을 획득하게 된다.
한편, 이번 대회가 열리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은 2015년 프레지던츠컵이 열린 곳이다.2년 전보다 더 까다로운 코스라는 평가다. 전장은 7200야드에서 7366야드로 늘어났고, 그린 스피드 역시 3.3m/s에서 3.5m/s로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