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2개 보수야당이 재도약과 추락의 기로에 섰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
자유한국당은 인적 혁신의 성공 여부가, 바른정당은 새 지도부 선출이 당의 미래를 좌우하게 됐다. 과거 당을 주름잡던 인사들의 퇴장이냐, 복귀냐가 달렸다. 보수정당의 상반된 현주소다.
바른정당은 '개혁 보수'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탄핵 국면 속에서 창당된 정당이지만, 같은 뿌리였던 한국당보다 지지율은 낮다. 게다가 이혜훈 전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에 이어 이날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태가 발생하는 등, 당의 도덕성도 줄줄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약 10개월이다. 바른정당의 새 지도부는 이 시간 동안 당을 수습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을 맡아야 한다. '구원투수'가 등판할 때다.
당 안팎에서는 당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유승민 의원과 함께, 또 다른 당의 대주주격인 김무성 의원까지 당의 '투톱'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외에도 김세연 정책위의장, 김용태 의원, 하태경 최고위원 등이 두루 거론된다. 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주장하는 '수구통합론'은 바른정당이 나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한테 알리고, 보수통합론을 심판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강론을 주장하는 유 의원 측 인사들과 통합론에 무게를 싣는 김 의원 측 인사들 중 어느 세력이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바른정당의 노선도 달라질 수 있다. 통합파가 당권을 잡게 될 경우 보수 정계개편까지 가늠해볼 수 있어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한국당은 바른정당과는 정반대다. 바른정당이 '구관이 명관'이라는 분위기라면, 한국당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 박근혜 정권이라는 구 체제와의 단절, '신(新)보수정당'으로서의 출발을 주장하는 홍준표 대표와, 한때 당을 장악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 사이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당 혁신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자진출당을 요구하면서 친박계는 분주해졌다. 각자의 정치생명이 달린 상황에서 혁신안 통과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들이 나온다. 그러나 홍 대표로서는 혁신안을 밀어붙여야 리더십 강화, 보수통합의 기반 마련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우선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 예상 시점인 10월 17일 전후로 본격적인 논의를 미뤄둔 상태다. 친박계와의 충돌도 일단은 수면 아래에 있다. 그 동안 당내 여론을 얼마나 설득하느냐에 따라 충돌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을 감안하면 홍 대표로서는 아쉬울 것 없다는 당내 목소리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덕성이 무너져버린 바른정당이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고 해서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면서 "이에 반해 한국당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데다 홍 대표가 (인적혁신을) 밀어붙이는 것이 당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바른정당은 점차 코너에 몰리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