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에 대해 금융당국도 강력한 억제책을 펼치고 있지만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임시방편보다는 장기적이면서 범정부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국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조건적인 '축소'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2분기까지 쌓인 가계빚에 7~8월 증가분을 더하면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월 중 가계대출 동향 잠정치'에 따르면 7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9조5000억원 늘어났다.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감안한다면 가계빚은 이미 1400조원 이상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를 이끈 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며 은행권(6조3000억원)과 비은행권(3조2000억원)을 합친 2분기 주담대 증가액은 9조5000억원에 이른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은행권의 2분기 기타대출은 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4000억원)와 비교해 14배 이상 증가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 간담회를 주재하며 "가계부채 문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며 "쾌도난마식보다는 시간을 두고 종합적·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가 이처럼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강력하게 언급한 이유는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이 자칫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급격하게 가계부채를 축소시키는 것보다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 내에서 관리한다면 뇌관이 터지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대책은 대출 규제나 금리를 조절하는 등 금융정책 위주로 수립돼 왔다"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기 위한 근본 대책은 소득 증가로 인한 대출 수요 축소, 부채 상환 능력 제고, 자영업 시장 상황 개선 등 범정부적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관리방안으로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유인을 약화시키거나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중점 관리하는 방안도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에 다중채무자나 저소득층 등 가계부채에 취약한 계층에 대해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가계부채 부실 위험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을 해소함과 동시에 취약계층보호와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