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가 뭐길래'..."생명의 위협, 비이성적 선택, 내상될 것"

2017-09-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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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서 만난 외교부 관계자 "한국의 동북공정 반발과 비슷"

"한반도 안보 위기 해결 못해,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

사드 추가 배치로 거세진 여론, 관찰자망 "한국 기업 떠나, 중국 기회"

12일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사드 발사대 6기 배치 공사를 끝내고 사실상 작전운용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현대 자동차의 중국 공장이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에 시달리던 롯데마트는 결국 중국 시장 내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선뜻 인수에 나서려는 기업이 많지 않고 제시된 인수가도 매입가를 밑도는 수준으로 '헐값' 매각 후 상처만 입은 채 중국을 떠나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다.

"중국인에게 사드 배치는 과거 한국이 고구려 역사를 거론하며 중국의 동북공정에 반대했던 때 만큼 파급력이 크고 예민하다. 당시 중국은 한국인이 고구려의 역사를 '목숨'처럼 중시한다는 사실을 잘 몰랐었고 이를 이해한 뒤 해결의 물꼬를 찾을 수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의 한중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6일 만난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한반도 사드 배치의 의미를 이렇게 비유해 표현했다. 결국 목숨처럼 중시하던 고구려를 건드렸을 때 한국인이 반발했던 것처럼 중국도 사드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거칠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사드를 배치해서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한반도 위기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면야 중국이 반대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드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방어용으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는데 중·장거리 미사일을 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국인에 눈에는 한국이 굳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해가며 중국을 위협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의 한 기자는 "최근 사드로 인한 한국 기업 등의 타격은 정부 차원이 아니라 민심이 분노한 때문"이라면서도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면 중국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에 대해서도 "사드 배치의 객관성, 필요성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보도해 대중의 비이성적인 판단을 바로잡아야 할 언론이 오히려 반발하는 중국의 태도만 문제 삼아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아슬아슬했던 양국의 분위기는 최근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7일 한국에 사드 4기가 추가로 임시 배치되면서 중국인이 느끼는 생명의 위협은 커졌고 이에 따라 중국발 사드 비난과 후폭풍의 강도도 한층 세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김치만 먹더니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며 조롱조 비난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중국 관찰자망(觀察者網)의 특별논설위원 청량(成梁)은 16일 '사드 배치, 중국에겐 어떤 기회가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사드로 피해가 크지만 중국도 얻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선 중국이 사드에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역시 'X-밴드 레이더'라고 설명했다.

'X-밴드 레이더는 적 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미사일을 유도하는 사드체계의 핵심장비다. 탐지 가능 범위가 넓고 정확도도 높다. 문제는 이를 통해 미국이 중국을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 사드를 배치했다는 근거이고 중국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의 얻는 기회로는 '사드 후폭풍'에 밀려난 한국 기업의 빈자리를 중국 기업이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청량은 "우리가 얻는 것도 꽤 많다"면서 "올해 한국 자동차,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했고 한국 관광과 한류 스타의 인기도 떨어졌다"며 "이는 동종업계의 중국 기업에게 빈 시장과 기회가 생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머지 않아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한국 기업을 따라잡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자신감도 보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훈련을 지켜보고 "무제한한 제재봉쇄 속에서도 국가핵무력 완성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그들이 표현하는 그대로 '흔들림없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고 사드 배치는 결연히 반대하며 대화와 소통, 정치·외교적 방식을 통한 평화로운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는 한반도 안보 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 미국의 전략적 목표(중국 타깃) 실현에 한국이 이용당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외교부 관계자의 입을 통해 확인한 것도 역시 이와 동일한 내용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특히 '중국책임론'을 콕 집어 거론했다. 마치 중국이 독자제재에 나서고 북한에 더 강한 압박만 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중국책임론은 성립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었으면 지금까지 지속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이유가 중국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고 일침했다.

북핵은 북한과 미국, 한국과 북한의 갈등이 유발한 것으로 중국은 이웃국가이고 자국 안보이익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대응에 동참할 뿐이라고 선도 그었다.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행하면서 북·중 변경지역 기업과 주민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북한 노동자 신규 고용도 중단돼 상당한 대가와 희생을 치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새롭게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을 충실하게 이행하겠지만 원유 수출 전면중단 등 독자제재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입장도 밝힌 상태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중국대사는 북한이 추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15일(현지시간)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자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안보리 결의안을 왜곡하고 남용하는 것"이라며 추가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중국은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의 수용을 강조하고 있다. 근육자랑은 그만두고 진짜 북핵을 해결할 방안을 찾자며 미국을 자제시킬 여론을 형성하려는 시도다. 

사드를 가진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사드가 배치됐다고 해서 양국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전처럼 가까워지기도 힘들 것이라며 '내상(內傷)'을 언급했다.

그는 "과거 손목을 다친 적이 있는데 평소에 아프지 않아 다 나은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무거운 물건을 들 때마다 손목이 아프고 힘이 든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 중국은 이미 수 천년 동안 수 많은 갈등과 마찰, 난제를 극복하며 이웃국가로 공존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고 이제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사드'라는 내상의 통증을 감내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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