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시한폭탄, 가계부채] '대출 옥죄기'론 한계 … 146만 취약차주 맞춤형 지원대책 필요

2017-09-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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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부채' 80조 육박

금리상승기 소비ㆍ성장 제약 요소로

저신용ㆍ저소득ㆍ다중채무 충격 취약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등급 7~10등급) 또는 저소득(소득 하위 30%)인 취약차주의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고 가계대출 급증세가 빨라 차주 본인뿐 아니라 전체 가계부채와 금융기관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될 위험성이 높다. [연합뉴스]


취약차주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취약차주는 대출상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금리인상 등 대내외 충격시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한국 경제의 소비 및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취약차주 가계부채는 지난 3월 말 현재 7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만 9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2015년 말(73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3개월 동안 6조원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대출 중 80조원가량은 이같은 충격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 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내 소비 및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취약차주 대출 대부분이 비은행 금융기관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 때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막겠다면서 은행의 대출 문턱을 무턱대고 높인 결과,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받아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은행은 취약차주의 대출비중이 금액기준으로 3.7%에 불과하지만 비은행은 10%에 달한다.

부채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고위험가구도 크게 늘었다. 처분가능 소득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40%를 넘고, 부채가 자산평가액보다 많은 고위험가구의 부채는 2015년 말 46조4000억원에서 작년 말 62조원으로 1년 동안 15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한국은행은 "2015년 이후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취약차주와 고위험가구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세는 국제적으로도 두드러진다. 2015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72.4%·27개국)보다 18.6%포인트나 높았다.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3월 말 95.7%까지 높아졌다.

저신용, 저소득, 다중채무 같은 취약 요소를 지닌 차주들이 갖고 있는 고금리 신용대출은 주로 비은행 대출에 기대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국은행도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증가속도나 총량에서 소비 및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취약차주 맞춤형 지원과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에 중점을 둔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가계부채가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금리 상승기 취약차주 부실 우려라든지 가계부채 급증세가 지속될 경우 성장 등 거시경제 정책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취약차주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대출 현황을 보면 통상 6개월 주기로 금리가 변동되는 변동금리의 대출 비중이 80%를 웃돌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들을 중심으로 대출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취약차주 본인뿐 아니라 전체 가계부채와 금융기관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될 위험이 큰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다급해진 당국에서도 강력한 제재에 들어갔다. 6·19, 8·2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 옥죄기가 본격화되면서 풍선효과가 전방위로 확산하자 금융당국이 차단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전국 은행 검사부장 회의를 소집해 강화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우회한 편법대출이 있는지 자체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주 점검 결과를 분석한 뒤 필요하면 현장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생활비 대출 등의 명목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까지 일일이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금융당국의 '엄포'가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를 받기 어려워진 이후 가계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하고, 취약차주의 부채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각종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뒤 정작 후속조치는 뒷전으로 밀려나 취약차주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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