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후 미국으로 불법 이주한 청년들을 보호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한 주 만에 민주당과 또 다시 정책적 합의를 이루는 초당적 면모를 과시했다.
CNN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13일 공동 성명을 통해 다카(DACA: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대상을 법으로 보호하고 국경장벽을 제외하는 등의 국경 문제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13일 트럼프가 여야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가진 뒤 나온 것이다.
WSJ는 작년 대선 당시부터 불법이민에 불용을 선언하고 반이민 행정명령 발표, 불법 이민자 보호도시에 대한 연방지원 중단, 다카 폐지 등의 강경 정책을 펼쳐 트럼프가 민주당과 드리머를 법으로 보호하기로 한 것은 “깜짝 놀랄 만한 양보“라고 전했다.
다만 백악관은 13일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이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으나 민주당 성명 내용을 일부 반박했다. 마크 쇼트 백악관 의회담당 수석보좌관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노력하는 데 합의했다. 이것이 다카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역시 트위터를 통해 다카와 국경 문제가 논의된 것은 맞지만 국경장벽을 제외한다는 내용은 합의에 없었다고 적었다.
한편 이번 민주당 발표는 일주일 만에 트럼프와 민주당의 연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지난 6일 트럼프는 백악관 회동에서 연방 부채한도 증액 시한을 12월까지 3개월 연장하는 조건으로 허리케인 하비 피해 복구를 지원하다는 민주당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바 있다.
이후 주요 외신들은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까지 낸 사업가 트럼프가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는 초당적 면모를 강조하면서 실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목했다. 뉴욕타임즈(NYT) 등은 트럼프의 초당적 행보는 워싱턴 기득권 타파와 실질적 변화를 원하던 트럼프 지지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한편 안주하는 공화당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관측통들은 미국의 전통적인 양당 정치질서가 깨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다만 진보주의 운동가은 민주당을 향해 트럼프를 경계할 것을 경고했다. 진보단체 미국을 위한 민주주의의 네일 스로카 이사는 가디언에 “불과 몇 주 전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던 백악관 나르시스트를 믿는 것은 민주당으로서 큰 리스크를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