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무의미한 직업 경력 계획…관건은 '시스템 창출'

2017-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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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종말 |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4차산업 투자지도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직업의 종말' 테일러 피어슨 지음 | 방영호 옮김 | 부키 펴냄
 

'직업의 종말' [사진=부키 제공]


일자리 문제는 비단 블루칼라 생산직 종사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변호사, 한의사, 치과의사, 교사 등 우리 사회가 소위 '전문직'이라고 부르는 직종에도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대신 안정적인 미래를 담보했던 옛 영광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직업적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됐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일자리를 얻는 데 급급해한다. 10년 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사업가이자 강연자,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테일러 피어슨은 수많은 사업가들과의 상호 교류, 수십 건에 이르는 최신 연구 결과와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피어슨은 오늘날 우리가 복잡성 영역과 혼돈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비즈니스와 일자리 문제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창업가정신) 구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제는 무의미한 학위를 따느라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창업가정신을 구축하고 발휘하는 데 투자하는 게 미래의 일자리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라는 빤한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면, 설령 그것이 외견상으로는 창업이라 하더라도 창업가정신을 구현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직업과 창업의 가장 큰 차이가 시스템을 따르느냐, 시스템을 스스로 창출하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서 직업 경력을 계획하는 것은 좌절감만 안겨 주는 무의미한 행위에 불과하다. 대신 그는 자신만의 능력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가치 있는 기회를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이전 세기의 패러다임에만 갇혀 있다면 10년 후의 미래는 암담할 따름이다. 

264쪽|1만5000원

◆ '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송은정 지음 | 북폴리오 펴냄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사진=북폴리오 제공]


현대인들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서처럼 쳇바퀴 돌 듯 '어제의 나'를 반복한다. 출퇴근 지옥철과 야근,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 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일상의 불만을 마음 한 편에 품고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는 것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선 어떻께 해야 할까.

스물 일곱 여성의 슬로 라이프 에세이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제안하는 '진정한 나 찾기' 여정이다.

서울의 낡은 골목에서 여행책방 일단멈춤을 운영했고, 지금은 매일 안방 옆 '집업실' 책상으로 출퇴근하며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짓고 있는 송은정은 삶의 이정표를 찾기 위해 북아일랜드 캠프힐로 떠났다. 간절히 원했지만 '내 것'이 아니었던 꿈을 뒤로한 채 떠난 그의 앞에 펼쳐진 아날로그적인 일상. 저자는 책을 통해 그 곳에서 느리고 서툴지만 삶을 천천히 음미하는 법을 배우며 '오늘의 나'를 찾았다.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장애인 공동체 캠프힐에서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매일의 성실함이 요구됐다. 일일이 사람 손을 필요로 하는 자급자족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하나하나 스스로 가꾸고 일구면서 자신의 훼손된 독립성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변화한 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그는 손에 잡히지 않는 성공을 향해 내달리던 경쟁사회의 부작용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고, '나'를 찾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느슨한 일상과 휴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단순히 시간적 여유를 의미하기 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었다. 매일 한 가닥씩 베틀을 짜다 보면 어느새 커다란 카펫이 완성되듯, 매일 매일이 모여 만족스러운 내가 된다는 생각은 조급함을 이기는 힘이 됐다.

잔잔한 멜로디가 때론 짙은 여운을 남기듯, 삶의 여백은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주기도 한다. "삶은 비교와 경쟁 혹은 실패와 도전의 무의미한 반복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라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계절이다. 

300쪽|1만4000원

◆ ' 4차산업 투자지도' 한국비즈니스정보 지음 | 어바웃어북 펴냄
 

'4차산업 투자지도' [사진=어바웃어북 제공]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대량 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에 이어 컴퓨터 정보·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후 반세기가 지나 인류는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있어서 그 의미가 다소 모호하지만,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실재(實在)와 가상을 오가며 다양한 사물과 거대한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의 혁신적인 변화'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국내외 산업, 경제, 문화 등 전방위 분야에 걸쳐 핵심 데이터를 분석해 일반인에게 전달하는 '콘텐츠 메신저 기업' 한국비즈니스정보는 이 개념을 투자적 관점에서 되짚었다.

그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선 우선 인공지능(AI)과 지능형 로봇이 눈에 띄고, 더 나아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산업이 시야에 잡힌다. 더 자세히 보자면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5G 기술, 자율주행차, 시스템반도체 등이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플랫폼 역할을 하며 다양한 산업에 걸쳐 폭넓게 응용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면서 사회와 문화 심지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까지 깊이 관여하는 것, 이게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실제로 어떤 업종이 성장할지, 어떤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것인지 그리고 어떤 기업에 콕 짚어 투자해야 하는지 등 투자자들의 필요에 꼭 맞는 '유망 투자처 리포트'에 가깝다.

지금은 비록 저평가 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강소기업'을 발굴해 그들의 투자가치를 상세히 분석한 것은 물론이고, 업종별로 대표·유망 기업을 뽑아 투자에 앞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핵심 포인트들을 상세하게 짚는다. 당장 영업손실을 겪고 있는 기업이라도 성장성을 다각도로 분석해 향후 흑자 전환이 가능한지 여부도 치밀하게 분석했다.

과거와 현재의 기업공개(IPO) 시장을 비롯해 향후 1~2년 사이 상장이 유력한 기업들을 찾아 해당 기업들의 잠재적 투자가치를 분석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336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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